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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동행 못하는 경기·인천 시민들…"기준 제각각, 주말도 써야 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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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서울 면허 버스인 600번을 타던 직장인 박민준(33)씨는 최근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기 위해 집에서 5분 정도 더 걸어가서 서울 버스를 이용한다. 이찬규 기자

서울 면허 버스인 600번을 타던 직장인 박민준(33)씨는 최근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기 위해 집에서 5분 정도 더 걸어가서 서울 버스를 이용한다. 이찬규 기자

경기도 부천 괴안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민준(33)씨는 여의도에 있는 회사까지 출퇴근하는 경로를 최근 바꿨다. 지난달 27일 서울시가 출시한 기후동행카드(무제한 대중교통 정기권)의 혜택을 보기 위해서다. 박씨 집은 부천과 서울시 구로구 경계쯤에 있는데, 기존에 타던 부천 버스는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없다. 박씨는 육교를 넘어 5분 거리에 위치한 버스 정류장에서 서울 버스를 타기로 했다. 박씨는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면 한 달에 4만원 정도 아낄 수 있지만, 정류장까지 가는 시간과 배차 시간 등을 고려하면 출근 시간이 10분가량 늘어났다”고 말했다.

기후동행카드가 출시 한 달도 안 돼 누적 판매량 36만장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혜택을 보지 못하는 시민들의 불만 목소리도 크다. 사용 가능한 지역이 제한적이고, 교통편에 따라 적용 여부가 제각각이어서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가장 큰 아쉬움을 토로하는 건 경기·인천 등 다른 수도권 지역과 서울을 오가는 시민들이다. 현재 지하철의 경우 서울 외 지역에선 승차할 때 기후동행카드를 쓸 수 없다. 김포골드라인과 진접선, 5호선 하남구간(미사~하남검단산역), 7호선 인천구간(석남~까치울역) 등 일부 구간은 하차할 때만 사용할 수 있다. 또 경기·인천 면허 버스에서도 기후동행카드를 찍을 수 없다.

인천 구월동에서 선릉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안민현(27)씨는 “한 달 교통비가 12만원에 달하는데 기후동행카드를 쓸 수 있으면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서울교통공사에 돈을 내고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인천에서 출발한다는 이유로 혜택을 못 받는 건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천에 갔다가 깜빡하고 기후동행카드를 찍어서 역무원이 출동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교통편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 혼란이 빚어지기도 한다. 경기 성남 분당의 경우, 민간 지하철 노선인 신분당선에선 기후동행카드를 쓸 수 없지만, 수인분당선은 복정역까지만 하차할 때 쓸 수 있다. 버스의 경우 시민들이 번호를 포털사이트 등에 검색해 서울시 면허 버스인지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서울시 면허를 가진 마을·심야버스는 기후동행카드로 탈 수 있지만, 경기·인천의 광역·심야 버스는 해당하지 않는다.

프리랜서 B(38)씨가 이용하는 기후동행카드 카드지갑. 아이폰 사용자인 B씨는 기후동행카드 출시일에 바로 역사에서 실물카드를 구입했다. B씨는 ″애플페이로 카드를 쓸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 독자 제공

프리랜서 B(38)씨가 이용하는 기후동행카드 카드지갑. 아이폰 사용자인 B씨는 기후동행카드 출시일에 바로 역사에서 실물카드를 구입했다. B씨는 ″애플페이로 카드를 쓸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 독자 제공

서울 시민도 본전을 찾으려면 주말까지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카드 최초 발급 비용 3000원을 제외하더라도, 6만 2000원을 사용하려면 간선·지선버스(1회 1500원) 기준 21번을 이용해야 이득이다. 만약 한 달에 20일만 출근한다면, 총 사용 금액은 6만원에 그쳐 손해를 보는 셈이다. 당산역 인근에 거주하는 직장인 A(37)씨는 “시청역까지 버스를 타고 매번 출퇴근하지만, 아직 카드 구매는 망설이는 중”이라며 “출근일이 20일인 달도 있고, 21일인 달도 있어 가끔 손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의도 IFC몰에서 근무하는 정수민(53)씨는 “화곡역에서 출퇴근하는데 신용카드 교통비 캐시백을 받으면 기후동행카드를 쓰는 것과 비슷해서 구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애플의 아이폰으로는 결제가 어렵다는 점도 큰 단점으로 꼽힌다. 삼성 휴대폰 이용자는 티머니 교통카드 앱을 다운받아 이용할 수 있지만, 아이폰은 휴대폰 NFC 결제가 불가능하다. 수서역에서 일원역으로 출퇴근하는 프리랜서 B(38)씨는 “교통카드를 넣고 다닐 카드 지갑을 들고 다니려니 어색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측은 인천과 경기 김포·군포·과천과 업무협약을 맺은 데 이어, 이외 지자체들과도 사용 범위를 넓히는 것을 꾸준히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수도권 시민들의 생활 반경이 행정구역에 따라 구분되는 게 아닌데 사전에 타 지자체들과 충분히 협의하고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며 “대중교통 이용률을 늘리는 데는 정기권보다 중앙정부에서 시행 예정인 K-패스(환급제)가 더 효과적인 만큼 조율을 통해 투트랙으로 진행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과거 대중교통 환승제도도 서울시부터 시작해 경기·인천으로 확대됐다”며 “긍정적인 제도라면 적용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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