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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 “재판지체 해결위해 법관증원 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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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은 “법원이 장기적으로 재판 지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선 법관 증원이 절실하다”며 “사법부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말했다.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이 도입한 법원장 추천제는 “국회 입법화 없이는 현행 제도나 입법례에 맞지 않아서 그대로 시행 할 수 없는 제도”라고 했다.

조 원장은 지난 1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재판 지체 문제는 심각한 문제”라며 “사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들은 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법관 수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현재 3214명인 법관 정원을 2027년까지 370명 증원해 3584명을 확보하는 법관 증원법(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있지만, 법관증원과 관계 없는 검사 증원을 놓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며 처리가 안 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달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시무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달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시무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원장은 법원장 추천제에 대해선 “법원의 구성원이 법원장 추천하는 나라는 현재 보고된 바로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우리 법원 조직법 자체가 법원장 추천을 전혀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특히 “법원장 추천제는 입법사항인데, (법 개정없이) 임시적 방편으로 하는 것은 옳지않다”며 “만약 이게 바람직하다면 국회에서 국민 여론 거쳐서 입법화 한다면 거기 전혀 드릴 말씀 없지만, 현 상태에서는 법치주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관이 법원장을 추천하는 법원장추천제를 시행했으나, 인기투표로 변질되고 법원장들의 장악력이 부족해지면서 재판지연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법관 임용시 법조 경력 다양화해야” 

조 원장은 법관 임용시 필요한 법조경력을 변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입장도 밝혔다. 현재는 법관이 되려면 5년 이상의 법조 경력이 필요한데, 2025년에는 7년, 2029년에는 10년으로 필요한 법조 경력 연한이 더욱 늘어난다. 조 원장은 “벨기에도 우리나라처럼 경력법관제를 시행한 후 우수 법관을 뽑는데 어려움을 겪고, 사법지체, 법관 고령화에 따른 사법신뢰 저하가 발생해 입법조치를 취했다”며 “벨기에는 배석판사는 경력 3년 이내, 단독 판사는 경력 7년, 합의부 재판장은 10년 등으로 각 담당업무에 맞는 경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 원장은 “우리나라도 벨기에처럼 배석판사는 3년 정도 경력이 적당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나머지 단독판사, 합의 재판부 판사는 7년, 10년, 15년 등으로 뽑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제안했다.

또 “예전에는 다른 직역에 비해 법관 보수가 높았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사명감을 가지고 하자고 강조하지만, 한계가 있다. (법관이) 성인군자이길 기대할 수는 없다”고 법관 처우개선도 강조했다.

조 원장은 법원행정처 규모확대에 따른 우려에 대해선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부터 꼭 필요한 곳은 늘려야 된다고 이미 행정처 운영방침이 바뀌어 있었다고 들었다”며 “앞으로도 여러가지 문제를 절대 행정처가 일방적으로 나서서 추진해선 안 된다고 얘기 하고 있고, 국민을 상대로 직접 설명하고 해야지, 어떤 정치세력에게나 특정세력에 부탁해서 추진해선 안 된다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이른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논란이 된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해선 ‘재판사항’을 이유로 언급을 삼가면서도 “이렇게 이르게 된 원인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었고 이런 문제가 생긴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잘못한 일이라는 인식 가지고 있다”고 했다.

“판결로서 당당하게”

사법부가 여러 정치적 사건을 선고하며 논란에 휘말리는 데 대해선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맞닥뜨려서 법과 원칙에 따라 여야나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고 판결로서 당당하게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그러면서 “대법원이 이런 사건을 처리하다보니까 시간을 많이 빼앗긴다”며 “정치 관련된 국회의원 선거무효 등 사건은 고등법원에서 1심을 담당하는 것이 맞지 않나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현행법상 선거소송은 대법원 단심으로 진행돼 선거 직후 수백 건의 소송이 대법원에 밀려온다.

조 원장은 압수수색 사전심문제 도입에 대해선 “누구를 부를 수 있는지, 대법원 규칙으로 할지 아니면 입법화할지를 결정해야한다”며 “3월에 대법관 두 분이 취임하면 그 때 맞춰 모든 논의를 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조 원장은 사법부에 ‘예산편성권’, ‘법률안 제출권’이 없는데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조 원장은 “사법부가 결정권을 갖고 있으면 판결문 공개와 경력법관 채용에 대해 안을 만들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데, 지금은 권한이 없어서 사법부가 정치권에 자꾸 부탁하게 되고, 부탁하면 역으로 정치권에서 자꾸 자기들 부탁을 사법부에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돼 있다”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임기 중 꼭 완성하고 싶은 과제를 묻는 질문에 “내 임기안에 뭘 하겠다기 보단 사소한 문제라도 절대 법과 원칙에서 어긋나지 않게 하는 곳이 법원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만 하고 나가겠다”며 “임기 중에 아무것도 성사되지 않더라도 국민께 소상 설명하고 논의해서 가장 합리적인 제도를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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