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인 1.4만명 찾는 쿠바…사건·사고 때 이렇게 대우 달라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 14일 한국과 쿠바가 수교하면서 앞으로 쿠바를 관광하는 방식이나 쿠바 방문시 제공받을 수 있는 영사 조력이 어떻게 달라질지 관심이 크다. 쿠바는 코로나19 이전 연간 한국인 1만 4000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관광지 중 하나다.

지난달 30일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관광객들이 아침을 먹는 모습. AFP.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관광객들이 아침을 먹는 모습. AFP. 연합뉴스.

이미 여행자 카드로 방문 용이

15일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관광 목적으로 쿠바에 단기 입국하려면 도착 비자를 받아야 한다. 쿠바에선 사실상의 도착 비자 역할을 '여행자 카드'가 하는데, 여행자 카드는 쿠바에 들어가기 전 출발 국가에서 미리 사거나 항공편에 따라 기내에서 구매할 수 있다. 여행자 카드가 있으면 관광 목적으로 30일 동안 쿠바에 머무를 수 있다.

쿠바 당국은 여권 대신 이 여행자 카드에 입출국 스탬프를 찍는다. 여권에 쿠바 방문 기록이 남아 있을 경우 향후 미국 입국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쿠바 관광을 꺼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쿠바를 관광하기 위해서 필요한 여행자 카드 샘플. 쿠바 트래블 서비스 웹페이지 캡처.

쿠바를 관광하기 위해서 필요한 여행자 카드 샘플. 쿠바 트래블 서비스 웹페이지 캡처.

실제 2021년 1월 이후 쿠바를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은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한 무비자 미국 입국이 거부될 수 있다.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데 따른 조치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2021년 1월 이후부터 쿠바를 방문했거나 쿠바와 복수 국적자인 경우는 비자를 따로 받아야 한다는 게 미국 자체의 ESTA 운영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한국과 쿠바의 수교 여부와 관계 없이 이전부터 유지돼온 방침이다. 수교가 이뤄졌다고 해서 ESTA 승인과 관련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뜻이다. 한국인 단기 관광객의 경우 수교 전에도 여행자 카드 등을 활용해 비교적 원활하게 쿠바를 오갔던 만큼 앞으로도 입국 방식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쿠바에 장기간 머무르려는 한국인의 경우에는 "수교 이후 비자 발급 절차 등이 훨씬 수월해질 전망"이라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또한 현재 한국과 쿠바 간에는 직항이 없는데 수교 이후 인적 교류가 증가하고 수요가 늘면 직항 노선이 신설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관광객들이 차에 올라탄 모습. AFP. 연합뉴스.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관광객들이 차에 올라탄 모습. AFP. 연합뉴스.

사고 발생 시 체계적 지원 

무엇보다 쿠바 현지에서 한국인이 사건·사고를 당했을 때 영사 조력을 보다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간 쿠바와 외교 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쿠바 정부를 상대로 우리 국민에 대한 영사 조력을 요청하는 데 제약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관광객 외에도 쿠바 현지에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무역관 직원, 무역 업체, 선교사, 유학생 등 2022년 기준 40여명의 교민이 머무르고 있다.

미수교 상태에선 우리 국민이 쿠바에서 범죄 피해나 사고를 당했을 때도 영사 조력을 주멕시코 한국 대사관이 관할했다. 여권을 분실하는 경우에도 주멕시코 대사관을 통해 신규 여권을 발급받아야 했다. 2005년 개설한 코트라 아바나 무역관이 대사관 역할을 사실상 일부 대신했지만, 영사 조력에서는 현실적 한계가 명확했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웹페이지에 게시된 쿠바 지도. 외교부.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웹페이지에 게시된 쿠바 지도. 외교부.

실제 2018년 107명의 목숨을 앗아간 쿠바 여객기 사고 때도 결국 한국인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최종 확인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됐다. 한국인 사상자 여부 파악을 비공식적 경로를 통해 간접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격적인 수교를 통해 영사 조력에 대한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게 가능해졌고, 향후 쿠바에서 사건·사고 발생 시 한국인과 한국 기업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질 거란 기대가 나온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