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백우진의 돈의 세계

인구밀도와 출산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자녀를 위한 부모의 희생을 극화하는 K신파가 한국의 출산율을 떨어뜨린다.”

백가쟁명이다. 초저출산 위기를 놓고 K신파까지 지목될 정도로 갖가지 원인이 진단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한국은행은 인구밀도를 주요 요인으로 들었다.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 보고서에서다. 밀집된 곳에 사는 사람들은 아이를 덜 낳는다고 분석했다.

돈의 세계

돈의 세계

한은 보고서의 ‘원조’가 있다. 2020년에 발표된 ‘한국 합계출산율의 결정 요인으로서의 인구밀도’ 논문이다. 이 논문은 출산을 “생태학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각 시·도의 출산율이 인구밀도와 반비례한다고 주장했다. 이 논문이 누락한 설명이 있다. 인구밀도가 높은 곳의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고 그것을 출산에 이르는 의사결정에 반영하는가다. 한은 보고서는 이를 사람들이 느끼는 ‘경쟁압력’이라는 변수를 넣어 보완했다.

도토리 키 재기다. 두 분석은 모두 한국 시·도의 출산율 차이가 어떤 요인들로 인해서 발생했는지 계량화했는데, 이는 최고인 세종시조차 출산율이 1.12명으로 초저출산을 탈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특히 두 분석은 시·도 출산율 차이에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인구밀도와 출산율의 관계를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살펴보지 않았다. 바로 한 지역의 시계열 인구밀도와 출산율의 관계다. 서울시의 경우 인구밀도가 2017년 1만5000명대로 떨어졌고, 한 해도 어김없이 낮아지고 있다. 두 분석이 맞다면 서울 출산율은 지난 6년간 조금이라도 높아졌어야 한다. 서울 출산율은 2017년 0.836명으로 하락한 뒤 매년 떨어졌고 지난해 0.593명을 기록했다.

인구밀도는 한국의 초저출산을 설명하지 못한다. 따라서 인구밀도를 낮춰서 출산율을 높인다는 방안은 설득력이 없다. 실행 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