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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없는 가구 쇼룸, 편의점 품은 가전 매장...경험 공간 설계의 비밀 [비크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문을 연 ‘데스커 라운지.’ 책상을 주요 제품으로 하는 가구 브랜드인 데스커가 낸 공간이다. 가구 쇼룸인가 싶지만, 들어가 보니 조용히 일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공유 라운지로 하루 3만6000원의 비용을 내고 자리를 점유해 일할 수 있다. 330㎡(100평) 규모에 마련된 좌석은 36석. 널찍한 테이블과 높은 층고, 은은한 배경 음악 등 카페만큼 개방성이 있으면서도 번잡하지 않아 인근 학생 및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매주 월요일에 일주일 치 좌석이 열리는데, 오픈한 뒤 1시간이면 모두 팔릴 정도다.

지난달 2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문을 연 데스커라운지. 공유 라운지로 하루 동안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사진 데스커

지난달 2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문을 연 데스커라운지. 공유 라운지로 하루 동안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사진 데스커

가구 없는 가구 쇼룸, 왜

데스커가 갑자기 공유 오피스 사업에라도 뛰어든 건가 싶지만 그렇지 않다. 이곳은 엄연히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공간이다. 특이한 점이라면 가구 브랜드 공간이면서도 내부 가구가 모두 데스커로 구성되지 않았다는 것. 일부 모션 데스크를 제외하면, 대부분 제작 가구다. 내부에선 그 흔한 브랜드 로고조차 쉽게 발견할 수 없었다. 가구 없는 쇼룸인 셈이다.

브랜드 홍보 공간이면서도 제품을 부각하기보다 공간이 주는 메시지에 주력했다. 사진 데스커

브랜드 홍보 공간이면서도 제품을 부각하기보다 공간이 주는 메시지에 주력했다. 사진 데스커

대신 공간 전체의 주제인 ‘일’에 대한 콘텐트로 꽉 채웠다. 입구에서부터 설문지 작성을 하는데, 가구 취향이 아니라 일에 관해 묻는다. ‘오늘 나의 업무에 필요한 것’ ‘나의 일의 여정’ 등의 질문에 답을 하고, 답에 맞춰 구성된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다. 전시물들은 주로 일에 관련된 유명인들의 일화나 멘트, 대담 등으로 구성됐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막연하게 일이 아니라, 일의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연결’을 테마로 전시를 구성했다는 사실이다. 한쪽에는 스티브 잡스와 팀 쿡의 만남, 이대호 선수의 반에 전학 간 추신수 선수 등 우연한 연결이 바탕인 된 성공 스토리가, 다른 한쪽에는 특정 업계의 선후배가 주고받는 편지가 전시되어 있는 식이다. 일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 또 이에 대해 자신의 경험으로 써 내려 간 답변은 방문객들에게 일과 성장에 대해 환기하게 한다.

한 업계의 후배와 선배가 주고받은 편지가 전시되어 있다. 일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돋보인다. 유지연 기자

한 업계의 후배와 선배가 주고받은 편지가 전시되어 있다. 일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돋보인다. 유지연 기자

그렇다면 책상 브랜드가 책상 없는 쇼룸을 만든 의도가 뭘까. 지난 몇 년간 물건의 진열과 판매가 이뤄지던 소매 공간이 경험과 체험 공간으로 변화하는 양상은 유통업계의 화두였다. 다만 최근에는 데스커 라운지처럼 브랜드 경험과 체험을 더 밀도 높게 만드는 방식으로 진화 중이다. 단순히 제품을 전시하고 잠시 써 보는 것만으로는 모자라, 우선 오래 머무르게 하고 좋은 경험을 주도록 공유 오피스까지 낸 셈이다.

일을 통해 성장하고 싶어하는 2030이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장치가 곳곳에 포진한다. 사진 데스커

일을 통해 성장하고 싶어하는 2030이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장치가 곳곳에 포진한다. 사진 데스커

얼마 전 화제의 중심에선 신세계프라퍼티의 ‘스타필드 수원’은 아예 전체 콘셉트를 ‘스테이(stay·머무는) 필드’로 삼았다. 유명 브랜드 매장 사이사이 오랫동안 시간 보낼 수 있는 체류형 공간을 곳곳에 배치하면서다. 고급 피트니스 클럽 ‘콩코드’ 외에도, 서울 성수동의 유명 LP 카페 ‘바이닐 성수’의 분점, 뷰티 브랜드 러쉬의 ‘러쉬 스파’, 반려동물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펫파크’ 등을 입점시켰다. 먹고, 체험하고, 되도록 오래 머물라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수원에 문을 연 스타필드 수원은 오래 머무르게 하는 '스테이 필드'를 표방한다. 사진 중앙포토

지난달 26일 경기도 수원에 문을 연 스타필드 수원은 오래 머무르게 하는 '스테이 필드'를 표방한다. 사진 중앙포토

머물고 경험하며 생활에 연결해야

대형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가구·가전 매장들의 최근 고민은 손님 모으기와 체류 시간이다. 온라인에서 제품 스펙은 물론 후기까지 상세하게 검색할 수 있는 지금, 매장에서 줄 수 있는 정보량에는 한계가 있다. 손님을 끌기 위한 다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전 매장인 삼성스토어 부천중동점은 1층에 생활밀착형 프리미엄 편의점 '바스켓'을 열었다. 사진 바스켓

가전 매장인 삼성스토어 부천중동점은 1층에 생활밀착형 프리미엄 편의점 '바스켓'을 열었다. 사진 바스켓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삼성스토어 부천중동점은 지난해 11월 1층에 생활밀착형 편의점 ‘바스켓’을 입점시켰다. 과자·음료·커피·식품 등을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면서, 잠시 머물며 커피·라면·간단한 즉석식품을 조리해 먹을 수 있다. 셀프 간편식 조리대에는 삼성전자 제품을 비치해 자연스럽게 써 보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동네 슈퍼처럼 자주 들르고, 온 김에 가전 매장도 둘러보라는 복안이다.

가구 편집숍은 하루 동안 머물면서 가구를 경험할 수 있도록 숙박 시설을 열었다. 사진 무브먼트 랩

가구 편집숍은 하루 동안 머물면서 가구를 경험할 수 있도록 숙박 시설을 열었다. 사진 무브먼트 랩

주로 국내 디자이너 가구를 소개하는 리빙 편집숍 ‘무브먼트 랩’은 최근 강원도 양양과 경기도 이천 등에 잇따라 숙박 시설 ‘무브먼트 스테이’를 열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한 번의 경험이 아닌, 최소 하루를 묵으며 가구나 리빙 제품을 온전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서다. 무브먼트 랩을 운영하는 고지훈 파인우드리빙 대표는 실제로 이곳을 숙소가 아닌 매장으로 지칭한다. 고 대표는 “단순히 하드웨어로서 가구를 써보는 공간 이상으로 해당 제품이 줄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큰 가구부터 각종 소품, 향, 위스키 등 생활로서 브랜드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밀도 높게 설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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