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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전설’ 신지애의 키워드…세계랭킹, 파리올림픽 그리고 윤이나

중앙일보

입력

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텨내셔널이 개막한 15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골프클럽에서 만난 신지애. 친구들이 하나둘 필드를 떠나는 시점에도 여전히 왕성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고봉준 기자

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텨내셔널이 개막한 15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골프클럽에서 만난 신지애. 친구들이 하나둘 필드를 떠나는 시점에도 여전히 왕성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고봉준 기자

혹자는 “시간을 거스르는 활약”이라고 평한다. 다른 이는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 선수”라고도 한다. 한때 전 세계 투어를 호령했던 동갑내기 친구들은 하나둘 필드를 떠났지만, 신지애(36)만큼은 여전히 전성기 못지않은 실력으로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30대 중반을 넘어가는 나이에도 여자골프 세계랭킹 16위라는 높은 순위를 달리고 있는 신지애를 15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골프클럽에서 만났다. 이날 개막한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 출전을 위해 중동아시아까지 날아온 신지애는 “솔직히 말하면, 세계랭킹 하나만 보고 왔다. 7월 개막하는 2024 파리올림픽을 꼭 나가고 싶어 열심히 포인트를 쌓고 있다”고 웃었다. 이어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을 보면서 태극기를 달고 나라를 빛내는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이번에는 내게 기회가 온 만큼 꼭 출전권을 따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지애는 지난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왕성한 활약을 펼쳤다. 주무대인 JLPGA 투어에선 2승을 거뒀고, 간간히 출전한 LPGA 투어에선 US여자오픈 준우승과 브리티시여자오픈 3위라는 값진 성적을 냈다. 1988년생 동갑내기 친구 김하늘이 2021년을 끝으로 은퇴하고, 박인비와 이보미도 사실상 투어 생활을 정리하는 단계에서 이뤄낸 성과다.

여전히 잠자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연습장에서 남들보다 공 하나라도 더 치려고 한다는 신지애는 “갈수록 체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호주 동계훈련에서도 하루 2~3번은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이제는 무게를 들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나이가 됐다”고 멋쩍게 웃었다.

신지애는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연습라운드와 프로암을 돌면서 코스를 점검했다. 드라이빙 레인지 출석도 빼놓지 않고 했는데 신지애의 샷을 지켜본 현장 관계자들은 “여전히 공이 착 달라붙는다”며 감탄했다. 칭찬을 전해들은 신지애는 “그저 운이 좋아 몇 개가 잘 맞았다”고 웃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물론 중동 국가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신지애는 “골프를 오래 하다 보니까 중동에도 와본다”면서 “LET 대회지만 규모가 상당히 크다. 또, 사우디아라비아로 불고 있다는 변화의 바람도 궁금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했다.

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텨내셔널이 개막한 15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골프클럽에서 만난 신지애.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고봉준 기자

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텨내셔널이 개막한 15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골프클럽에서 만난 신지애.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고봉준 기자

신지애가 올겨울 더 이를 앙 다문 이유는 파리올림픽 때문이다. 6월 24일 기준 세계랭킹으로 출전 선수가 정해지는데 만약 같은 나라 선수들이 15위 안으로 4명 이상이 포함되면 상위 1~4위가 모두 출전권을 가져갈 수 있다. 현재 고진영이 6위, 김효주가 9위를 달리는 가운데 양희영이 15위, 신지애가 16위다.

신지애는 “우리끼리는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역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우리나라 선수 4명이 모두 파리올림픽으로 가는 것 아니겠나. 많은 선수들이 나갈 수 있도록 힘을 내보겠다”고 했다.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 연습 레인지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신지애. 사진 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 연습 레인지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신지애. 사진 LET

인터뷰 말미 신지애에게 후배 윤이나 이야기를 물었다. 2022년 6월 열린 한국여자오픈에서 오구 플레이와 스코어카드 오기를 해 대한골프협회와 KLPGA로부터 3년 출장정지 중징계를 받았던 윤이나는 처벌이 각각 1년 6개월로 줄어들어 3월 중순부터 필드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신지애는 최근 윤이나와 함께 호주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한국과 일본 선수 등 모두 5명이 호흡을 맞췄는데 1988년생 신지애가 맏언니, 2003년생 윤이나가 막내를 맡았다고 한다. 대선배의 도움을 받으며 한 단계 성장한 윤이나는 이번 대회에서도 초청을 받았지만, 출전하지는 않았다.

3월 필드 복귀를 앞둔 윤이나. 연합뉴스

3월 필드 복귀를 앞둔 윤이나. 연합뉴스

신지애는 “내가 감히 선수의 인생을 논하기가 어렵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복귀 후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윤)이나에겐 ‘징계가 절반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3년 출장정지라는 마음으로 플레이하라’고 조언했다. 그래야 이나 자신은 물론 이나를 지켜보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지금 상황을 납득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어 신지애는 “프로골퍼는 늘 유혹과 싸운다. 1월부터 12월까지 거의 매일 유혹이 도사리고 있다”면서 “이나는 사회로 나오자마자 돈 주고도 사지 못할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많은 것을 느끼고 깨우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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