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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도 이어지는 주담대 증가세…커지는 '정책 충돌' 논란

중앙일보

입력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가계대출 증가세가 새해에도 꺾이지 않고 있다. 최근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미리 반영하며 하향세를 그리자 대출 수요가 다시 살아나면서다. 금융당국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올해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본격화할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받지 않는 정책모기지 공급 대책 등이 가계부채 축소 목표와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855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에 비해 4조9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전월 증감액(5조1000억원)과 비슷한 규모지만, 역대 1월 증감액 중에서는 두 번째로 큰 수준이다. 통상 1월에는 이사 수요 등이 비교적 줄어들면서 주담대 증가폭이 작아지는 계절적 특성을 보였지만, 지난달에는 지난 2021년 1월(5조원) 이후 가장 큰 규모를 나타낸 것이다.

이는 은행 자체 주담대 증감액이 2조4000억원으로 전월(1조4000억원)보다 증가 폭을 키운 영향이다. 원지환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지난해 시장금리 하락이 시차를 두고 주담대 금리를 하락시키면서 대출 증가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고정형 주담대의 지표금리가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해 12월 들어 0.5%포인트가량 떨어지는 등 꾸준히 하락세다. 은행권에선 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면 대출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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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신생아특례대출‧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 공급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올해 정책모기지 공급 목표를 40조원으로 설정했다. 지난해 공급액(59조5000억원)에 비해 30% 가량 적은 수준이지만, 올해도 정책모기지에는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연 1%대 최저 금리를 제공하는 신생아특례대출은 까다로운 요건에도 불구하고 출시 일주일만에 9631건(2조4765억원)의 신청이 몰린 상태다. 현재까지는 신규 구입자금보다 기존 대출에서 갈아타기 위한 신청 비중이 높은 걸로 분석되지만, 향후 신규 대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는 실정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면서 정책모기지는 DSR 규제 예외로 두는 것은 모순적”이라며 “‘미래 상환 능력을 고려한 대출’이라는 원칙에 맞게 실수요층‧서민을 대상으로 한 대출에도 DSR 규제를 적용해야만 제대로 가계부채를 관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도 정책 모기지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소득과 상관없이 최대 5억원까지 대출)에 수요가 몰려 예상보다 공급 규모가 커졌고, 가계부채 증가세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최근 불거진 은행들의 ‘주담대 금리 출혈 경쟁’도 대출 증가세를 자극할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달부터 금융당국의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에 아파트 주담대가 포함되자, 은행들이 대환대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면서다. 원 차장은 “대환대출 자체는 기존 대출 잔여금액 안에서 이뤄지는 만큼 추가적인 (가계대출 증가세)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기엔 제한적”이라면서도 “개별 상품의 금리 인하 경쟁으로 과열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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