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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노가리 골목' 쫓겨났던 을지OB베어, 을지로 돌아온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22년 '노가리 골목'을 떠났던 맥줏집 '을지오비(OB)베어'가 2년 만에 다시 을지로 3가에 돌아온다. 사진은 철거 전 모습. 인스타그램

지난 2022년 '노가리 골목'을 떠났던 맥줏집 '을지오비(OB)베어'가 2년 만에 다시 을지로 3가에 돌아온다. 사진은 철거 전 모습. 인스타그램

지난 2022년 건물주와 갈등 끝에 '노가리 골목'을 떠났던 노포 맥줏집 '을지오비(OB)베어'가 2년 만에 다시 서울 중구 을지로 3가에 돌아온다.

을지OB베어 측은 14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을지OB베어가 을지로 3가에 컴백했다"며 "2월 16일 금요일 저녁부터 가오픈 예정"이라고 알렸다.

을지OB베어가 새로 터를 잡은 곳은 을지로 3가역 10번 출구 인근이다. 노가리 골목으로 잘 알려진 을지로 3가역 4번 출구의 맞은편으로 큰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원조 격인 을지OB베어는 1980년부터 40년 넘게 이 골목에서 구운 노가리와 맥주를 팔며 터줏대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특히 골목이 2015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어 야장(야외 공간에 임시 테이블과 의자를 내놓고 손님을 받는 것) 영업이 특별 허가되면서 '노맥집'이 모여들었고, 일대는 서울의 명소가 됐다. 2018년엔 중소벤처기업부가 을지OB베어를 ‘백 년 가게’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건물주와 퇴거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대를 이른 42년 맥이 끊어졌다.

건물주는 당시 을지OB베어에 임대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며 퇴거를 요구했고, 을지OB베어가 이를 거부하면서 법정 싸움으로 이어졌다. 결국 대법원까지 간 소송에서 건물주 측이 최종 승소하면서 을지OB베어는 철거 위기를 맞았다. 을지OB베어는 이후 수차례 강제집행에 버텼지만 결국 강제 철거되면서 2022년 4월 간판을 내려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노가리 골목의 또 다른 맥줏집 '만선호프' 사장이 을지OB베어 건물 지분 70%를 매입한 게 알려지기도 했다. 을지OB베어가 떠난 이 골목은 현재 만선호프 분점들로 채워져 있다.

을지OB 베어는 지난해 3월 서울 마포구 경의선책거리 인근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하지만 손님들을 위해서 을지로에 다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사진 을지OB베어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 을지OB베어 인스타그램 캡처

최수영 을지OB베어 대표는 기자와 통화에서 "그동안에도 계속 을지로를 찾았다. 아들과 매주 번갈아가며 마땅한 장소를 찾았다. 수십년간 저희 가게를 찾아주신 분들이 계셨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최 대표는 "원래 가게가 있었던 골목은 재개발되거나 예정 지역이어서 더는 할 수가 없다"며 "(문을 연 곳은) 건너편에 자리해 있지만, 아직 재개발 계획이 없어서 조금 더 오래 손님들을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 자리잡는 곳에 '제2의 노가리 골목'이 생길 수도 있을까. 오랜 단골들의 기대를 대신해 물었지만 아쉽게도 당분간은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최 대표는 "우리 집을 10년, 20년 다녔던 분들을 위한 또 다른 장소가 될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가게가 큰 길가에 있고, 주변에 건물들이 있다 보니 야장도 어려워서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2년 만에 돌아온 을지로점 운영은 아들이 맡는다. 최 대표는 "마포구로 옮긴 뒤 가게가 가까워졌다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있다"며 "을지로에 갔다고 해서 문을 닫거나 할 수가 없어서 당분간 병행해서 운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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