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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지역 인재를 K방산 주역으로 키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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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홍원화 경북대 총장·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홍원화 경북대 총장·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개전 2주년(2월 24일)을 앞둔 우크라이나 전쟁은 초기에만 하더라도 세계 3위의 압도적 군사력 우위를 차지한 러시아의 일방적인 승리로 예견됐다. 하지만 서방 자유 진영의 첨단무기 지원에 힘입어 우크라이나가 완강하게 저항하면서 전쟁은 이제 3년째로 접어들 상황이다. 바이락타르 TB2 무인기와 휴대용 미사일인 재블린은 러시아 전차를 효과적으로 타격하며 게임체인저가 됐다. 일론 머스크 회장이 지원한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는 파괴된 통신시설을 대체하고 있다. 첨단기술이 전쟁 양상을 바꾸는 ‘안보의 뉴노멀 시대’를 보여주는 사례다.

방산 부문 기술난·인력난 심각해
K방산 수출 호황 충분히 못살려
지방대에 ‘방산 계약학과’ 설치를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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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국제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의 ‘K방산’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2010~2020년 연평균 수출이 30억 달러에 머물렀지만, 2021년에 73억 달러로 증가하더니 2022년에는 무려 173억 달러까지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총력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세계 방산시장 점유율 2.8%로 현재 8위이지만, 2027년까지 수출 점유율 5%를 넘겨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야심 찬 목표다.

성능이나 가격에서 K방산이 우수해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그동안 가동률이 낮았던 유럽 방산업체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와중에 다시 활성화되면서 K방산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방산업계가 지닌 구조적인 취약성도 큰 문제다. 2022년 방위산업 통계연보에 따르면 방산 물자의 국산화율은 증가 추세이지만, 여전히 76% 정도에 그쳤다. 항공·광학 등의 분야는 50~60%에 지나지 않는다. 기술 수준은 세계 9위인데 첨단기술 분야인 감시·정찰은 평균 11위, 항공·우주는 평균 10위로 취약하다.

첨단 국방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방산 선진국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하다. 미국은 국방 부문 14개 핵심 기술을 발표하며 연구·개발을 추진 중이고, 중국은 ‘과학기술 혁신 2030 프로젝트’를 제시하며 지능화 전쟁을 위한 인공지능(AI) 시스템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호주·유럽연합(EU)·일본·이스라엘 등도 디지털 군으로 전환하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특히 우리 방산업계는 우수한 인력 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방산 부문 고용인력은 3만 3000명 선에 머물고 있다. 2027년에는 6만 9000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기에 방산 업계의 인력난이 가중될 전망이다. 방산 업계 관계자들은 방산 수출이 호황이지만, 지금의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이러한 방산 부문의 기술난과 인력난에 대한 해답은 지방대학에 있다고 본다. 방산과 관련해 국내 최고 기술력을 갖춘 대학들이 지방에 다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 무기체계는 무인 또는 유·무인 복합체계로 진화하면서 인공지능·로보틱스·양자통신 등 신기술이 접목되고 있으나 일부 영역에서는 기초 역량이 매우 약한 것도 사실이다. 지방대학 가운데는 일찍이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면서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기술력을 갖춘 곳이 있다.

이에 따라 지방대학은 방산 관련 연구·개발을 확대해 차별화된 기술을 지속해서 확보하는 한편, 정부는 방위산업 특화연구센터를 지방대학에 설치해 방산 기초기술 연구의 지역 허브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방산 특화연구센터는 주로 서울·대전 등지에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서 방산업체가 집중된 지역의 대학에 연구 역량을 갖춘 방산 관련 특화연구센터를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시너지 효과를 키우자는 취지다.

지방대학의 우수한 교육 인프라를 활용해 최고의 방산 기술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방산업체엔 많은 우수 기술인력이 필요하다. 일부 대학이 방산학과를 개설하고 있지만, 방산업체의 요구와는 거리가 먼 경우도 있다.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지방대학의 인재를 방산업체로 유인할 수 있는 특별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지방대학에 방산 계약학과를 설치하면 국내 대기업과 공기업, 해외 정보기술(IT)기업으로 유출되는 지역의 우수한 청년 기술 인력을 지방의 방산기업으로 흡수할 수 있다. 글로컬 대학 정책과 국토 균형 발전 정책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