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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비자금 조직, 도박사이트 한국에 팔고 개인정보 빼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2021년 10월 김광명 단장이 자신이 ‘경흥정보기술교류사’ 대표라고 언급하는 SNS 대화 내용. [사진 국가정보원]

2021년 10월 김광명 단장이 자신이 ‘경흥정보기술교류사’ 대표라고 언급하는 SNS 대화 내용. [사진 국가정보원]

국가정보원이 국내 범죄 조직에 도박사이트를 만들어 팔고 한국인 1100여 명의 신상정보를 훔친 북한의 외화벌이 조직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사이버 도박 범죄의 배후에 북한이 개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14일 국정원에 따르면 이번에 덜미가 잡힌 북한 외화벌이 조직은 ‘경흥정보기술교류사’(이하 경흥)다. 경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자금을 조달하는 노동당 39호실 산하 조직이다. 김광명 단장 아래 정류성·전권욱 등 15명의 조직원이 중국 단둥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직원들은 중국동포인 대북 사업가 소유의 단둥시 소재 의류공장(금봉황 복식유한공사)의 기숙사에서 머물며 활동했다고 한다. 경흥은 불법 도박사이트 제작에 한 건당 5000달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사이트를 유지·보수한다는 명목으로 월 3000달러를 받기도 했다. 사이트 이용자가 증가할 경우 월 2000~5000달러를 추가로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국정원은 “매달 1인당 500달러씩을 평양에 상납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흥정보기술교류사 조직원들이 사용한 위조 신분증. [사진 국가정보원]

경흥정보기술교류사 조직원들이 사용한 위조 신분증. [사진 국가정보원]

이는 2017년 12월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2397호 위반이다. 이에 경흥 조직원들은 중국인 브로커를 통하거나 중국인 신분증에 본인 사진을 합성해 중국인 개발자로 위장하는 수법을 활용했다. 이렇게 신분을 세탁한 뒤 SNS나 프리랜서 등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일감을 물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정원과 경찰은 이들과 연계된 국내 범죄 조직들을 추적하고 있는데 이들은 경흥이 북한 조직이라는 점을 사실상 알면서도 거래를 이어왔다고 한다.

경흥은 또 불법 도박사이트의 유지·보수를 위해 관리자 권한을 받아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또 베팅을 자동으로 해주는 ‘오토 프로그램’에 악성 코드를 심어 회원 정보를 탈취하기도 했다. 경흥이 성명·연락처·계좌번호 등을 털어 데이터베이스화한 뒤 판매까지 시도한 한국인 개인정보는 1100건이 넘는다.

◆ 북한, 순항미사일 발사…올 5번째=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14일 오전 9시쯤 강원도 원산 동북방 해상에서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는 올해 들어서만 다섯 번째다. 군 소식통은 “순항미사일 체계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타격의 정확성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동일 무기 체계를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번 발사하는 건 북한이 뭔가 서두르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조만간 우크라이나에서 북한의 신형 순항미사일을 보게 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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