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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먹는 용인경전철…法 10년만 “용인시, 손해배상소송 해라”

중앙일보

입력

2013년 첫 운행을 시작하는 용인 경전철 '에버라인'. 중앙포토

2013년 첫 운행을 시작하는 용인 경전철 '에버라인'. 중앙포토

용인 주민들이 용인시를 상대로 “용인경전철(에버라인) 수요예측 실패로 과도한 세금을 지출한 데 대해 용인시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라”며 낸 주민소송에서 법원이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2013년 주민소송이 시작된 지 10년이 지나 나온 결론이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0부(부장판사 성수제‧양진수‧하태한)는 14일 “용인시는 이정문 전 용인시장 및 연구원들을 상대로 ‘214억원을 지급하라’고 청구하고, 그 중 42억원 9361만원은 ‘교통연구원도 연대해 용인시에 지급하라’고 청구하라”고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30년간 2조’ 세금 먹는 애물단지 용인경전철

용인경전철은 1995년부터 용인시가 추진하던 사업으로, 2000년 한국교통연구원의 ‘예상수요 13만 9000명’이라는 예측을 토대로 2004년 사업에 착수했다. 2013년 개통했는데, 실제 이용객 수는 예측했던 숫자의 5~13%에 불과했다. 2022년에도 284억 적자가 나는 등 용인시 세금을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더 문제는 용인시는 사업 시행자에게 해마다 수백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정문 당시 시장이 2004년 실시협약을 맺으며 수요예측에 기반해 ‘최소수입 보장 약정’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최초 약정에 따르면 2043년까지 용인시는 총 2조원 가까운 돈을 지급하게 된다.

주민들“수요예측 실패 책임 물어달라”…대법원 가서야 들어줘

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용인시 주민들은 2013년 ‘용인경전철 수요 예측 및 사업 계약 과정에서의 과실로 세금이 들어가게 한 이정문 전 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교통연), 그 연구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해서 용인시의 돈을 돌려받아달라’며 용인시에 ‘1조 32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를 하라’는 주민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주민소송 대상이 아니다’라며 기각했다. 그러나 2020년 대법원은 “계약 과정에 책임이 있는 전직 용인시장과 교통연구원 등도 주민소송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원심을 뒤집었고,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이정문 전 시장과 교통연구원의 손해배상책임 인정 여부에 대해 3년간 다시 심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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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문 중대한 과실”…업체에 준 4293억원만 인정

재판부는 이정문 전 시장의 2004년 협약 체결에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고, 교통연과 연구원들의 수요예측 실패도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 전 시장은 ▶교통연구원의 수요예측이 타당한지 검토하지 않고 ▶기획예산처가 ‘30년간 90% 운영수익 보장’ 규정은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도 반영하지 않았고 ▶수익이 부족할 경우를 대비한 저지 규정도 두지 않았고 ▶시의회 의결 등 절차도 지키지 않는 등 과실을 모두 인정했다. 수요 예측에 실패한 교통연과 연구원들에 대해서도 “여러 환경이 변했는데 과거 자료를 그대로 사용해 수요를 산출했다”며 과실을 인정했다.

주민들은 파기환송심에서 ‘2조 432억원 손해배상소송을 하라’며 금액을 더 늘렸지만, 법원은 이 중 2013~2022년 이미 업체에 지급된 4293억원만 손해액으로 인정했다. 2043년까지 지급할 돈이 더 있겠지만, 지급 액수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어 일단 이미 준 돈만 손해액으로 인정했다.

법원은 그 중 이정문 전 시장과 교통연 연구원들이 공동으로 5%의 책임을 진다고 보고, 214억원 손해배상 청구가 타당하다고 봤다. 또 그 중 교통연구원에도 1%의 책임이 있어, 교통연에는 42억원 9361만원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교통연의 책임 비율은 향후 이 전 시장과 연구원들 개개인의 책임 비율을 별도 소송에서 다툴 때 참고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번 판결은 직접 배상하라는 판결은 아니고 용인시에게 소송을 하라고 명하는 판결이라, 실제로 용인시가 소송을 내 이 전 시장 및 연구원들을 배상을 받기 까지는 수 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원고 측 현근택 변호사는 “수요 예측을 잘못한 기관에 손해배상 책임을 처음 인정한 판결이고, 시장의 중과실을 인정한 점이 유의미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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