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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美동창회, 너무 많아 놀라"...K테크 인재들, 한국 떠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끝내자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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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내 테크기업들이 밀집한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 전경. 임현동 기자

국내 테크기업들이 밀집한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 전경. 임현동 기자

네이버·카카오부터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국내 테크(기술) 기업의 기업가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영향권 아래에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메타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미래 성장성을 바탕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내수 위주 사업 구조, 정부 규제가 발목을 잡은 탓이다.

내수 중심의 함정 

국내 대표 테크 기업 네이버의 기업가치는 ‘내수 위주’ 구조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네이버는 지난 2일 지난해 매출 9조 6706억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당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9.38% 급등했다. 하지만 다음 거래일인 5일 하루 동안 6.09% 하락했고, 이후 상승 폭 대부분을 반납했다. 네이버 주가는 주식 시장 전체가 상승했던 2021년 45만원 대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해 20만원 안팎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대언어모델(LLM)을 공개해도, 분기마다 역대 최고 실적을 발표해도 주가는 요지부동이다. 2022년 4월 ‘글로벌 3.0’ 전략을 발표하며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매출은 국내에서 나온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네이버의 매출 규모가 커도 아직 내수 중심이고, 한국 시장 성장률은 둔화하고 있다”며 “투자자 입장에선 네이버의 잠재 시장 규모를 저평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네이버뿐만이 아니다. 카카오도 ‘내수’ 꼬리표를 떼기 위해 ‘비욘드 코리아’를 경영 비전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는 핵심 계열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종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한때 15만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5만원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5% 감소한 게임사 엔씨소프트도 내수 위주 사업 구조로 인해 기업가치가 급락했다. 국내에선 여전히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한계에서다.

국내 테크 스타트업도 저평가 받긴 마찬가지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이 목표로 하는 시장이 대부분 국내에 한정되다 보니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선 정보 부족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각종 규제에 막히고

정부 규제가 많은 점도 테크 기업 관련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에 있어 역차별이 생겨서다. 법인세 문제가 대표적이다. 현행 세법상 고정사업장이 없는 외국 법인은 구체적인 매출 현황 등을 신고할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실제 국내 매출액보다 매출액을 낮게 신고해 조세 부담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 왔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승차공유부터 디지털 리걸테크·헬스케어·모빌리티 등 사업적으로도 여러 규제가 많은 한국의 시장 매력도는 글로벌 시장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대기업·스타트업 간 오픈이노베이션(기업들이 기술과 아이디어·서비스 등을 외부와 공유하는 개방형 혁신 모델)도 국내에선 ‘문어발 확장’이라는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발간한 ‘스타트업 생태계 바로 읽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스타트업이 M&A의 형태로 엑싯(exit·투자금 회수)하는 비율은 2%대에 불과하다. 오픈이노베이션이 활발한 미국의 경우 이 비율이 20~40%대에 이른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에서는 네이버·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들의 기술 승계를 위한 M&A도 오너의 ‘자기 주머니 채우기’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대기업·스타트업 모두 혁신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인재들은 해외로

이런 상황으로 인해 제2, 제3의 네이버·카카오가 될 스타트업들이 ‘외국행’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 글로벌 VC 한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과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타깃 시장과 관계없이 싱가포르 등 해외에 법인을 세우려는 스타트업 대표들을 종종 본다”고 말했다. 인재들이 한국을 떠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국내 한 스타트업 대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KAIST 동창회를 했는데 정말 많은 사람이 모여 화제가 됐다"며 "한국 스타트업 시장을 떠나는 인재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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