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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호황 미국, 숨은 비결 ‘일잘러’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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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혁신기업·고숙련 이민자 힘

미국 경제가 신종 코로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강력한 노동생산성을 무기로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 다른 나라가 코로나19 이후 노동생산성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저성장 우려를 키우는 것과 대조적이다.

13일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노동생산성은 직전 분기와 비교해 3.2%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미국 노동생산성 증가율(4.9%)보다는 둔화했지만, 예상치(2.5%)를 뛰어넘는 수치였다. 노동생산성이란 일정 기간 근로자 1명이 산출하는 생산량을 뜻한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코로나19 발생 직후 대부분 국가는 높은 노동생산량 증가를 경험했다. 방역 정책으로 고용량이나 근로시간이 줄면서, 투입 노동량 대비 산출량이 상대적으로 늘어서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고 난 이후에는 다시 급감하는 패턴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유로존 20개국은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3분기 노동생산성이 전 분기와 비교해 10.8%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된 2022년 4분기에는 -0.4%까지 하락했고, 지난해 3분기에(-0.4%)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미국도 전 분기 대비 2020년 2분기(20.7%) 노동생산성이 큰 폭으로 치솟았지만, 2022년 1분기에는 6.3% 감소하면서, 원래 자리를 찾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3.6%)부터 3분기 연속 3% 이상의 상승 폭을 유지하면서, 2010~2019년 평균 상승 폭(1%)을 크게 앞질렀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이러한 미국 노동생산성의 향상은 최근 강력한 미국 경제성장률의 배경이 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에 근로자 1명당 생산력이 증가하면, 추가 고용비용 지출 등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서도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기준 3.3%로 집계되면서 시장 예상치(2%)를 크게 상회했다. 같은 기간 유로존의 GDP 증가율이 0%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세계적인 투자 전략가인 제러미 시겔 와튼 스쿨 교수은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는 생산성 상승으로 성장 둔화를 피하면서 물가상승세를 낮출 수 있다”며 “이것은 정말로 제롬 파월(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노동생산성 향상의 배경에는 혁신 테크 기업 위주의 산업구조와 고숙련 이민자가 있다. 포브스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20대 빅테크(매출액 기준) 기업의 절반 이상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노동 집약형인 다른 제조업과 달리 이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으로 많은 생산성을 만든다.

고숙련 노동자 위주의 이민 정책도 노동생산성 향상을 이끌었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1990년~2016년 중 미국 내 이민자 인구 비중은 10%였지만, 특허 시장가치 중 이민자가 출원한 특허의 비중은 2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짚었다. 이러한 미국의 노동생산성 향상은 인공지능(AI) 산업의 출현으로 더 가속화 할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의 노동생산성 향상에는 유연한 노동시장이 더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고용시장이 경직적인 한국과 유럽 국가가 코로나19에도 정부 보조금으로 과거와 같은 고용 상태를 유지하면서, 노동생산성의 향상을 끌어내지 못한 것과 차이가 있다.

김진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사회적 안전망이 잘 구축돼 있는 데다, 재취업도 쉬워서 큰 문제 없이 노동 시장이 이를 소화하고 있다”며 “노동생산성은 결국 인적자원을 어디다 잘 배치하느냐의 문제인데, 한국도 경직적 노동시장 구조를 깨야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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