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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ELS 손실 5000억원 넘었다…금융당국, 2차검사 시작

중앙일보

입력

올들어 한 달여 만에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흐름과 연동된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 규모가 5000억원을 넘어섰다. 금융당국은 홍콩 H지수 연계 ELS 판매사에 대한 2차 현장검사에 나선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판매한 H지수 기초 ELS 상품 가운데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총 9733억원어치의 만기가 돌아왔다. 하지만 고객이 돌려받은 돈(상환액)은 4512억원으로 평균 손실률이 53.6%에 이른다. 9일 기준 H지수(5306)가 2021년 당시 고점(약 1만2000)의 절반을 밑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손실액은 더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전체로는 15조4000억원,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의 H지수 ELS의 만기가 도래한다. H지수가 큰 폭으로 반등하지 못하고 현재 흐름을 유지할 경우 전체 손실액은 7조원 안팎까지 커질 수 있다.

이처럼 피해 예상규모가 커지자 판매 금융회사에 ‘배상안’ 또는 ‘책임 분담안’을 요구하는 투자자와 금융당국의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은 이달 16일부터 홍콩 H지수 ELS 주요 판매사 11곳(5개 은행ㆍ6개 증권사)에 대한 2차 현장검사를 진행한다. 금감원은 지난달 진행한 1차 검사에서는 은행들이 고령층의 노후 보장용 자금이나 암보험금에 대해 투자권유를 하거나, 증권사 창구에서 설명 녹취 의무를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로 온라인 판매를 한 것처럼 가입하도록 하는 등 불완전판매 사례를 확인했다.

금감원은 1ㆍ2차 검사 내용을 바탕으로 이르면 이달 말까지 책임분담 기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고령층 등에 알기 쉽게 상품 설명이 됐는지, 투자자가 과거 고난도 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지, 가입 채널이 어떻게 되는지 등에 따라 유형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금융 당국이 이와 함께 ‘배상안’ 가이드라인(지침)을 이달 말쯤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은 과거 DLF(파생결합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 당시와 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당국은 불완전 판매 유형을 크게 ▶적합성 원칙 위반 ▶설명의무 위반 ▶부당 권유로 분류한 바 있다. 각 피해 주장 사례가 세 가지 유형에 어느 정도 해당하는지 점수를 매겨 높을수록 많은 배상을 결정했다.

예컨대 노후 대비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는 은퇴자에게 ELS와 같은 고위험ㆍ고수익 파생금융상품이나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 등을 금융사가 권유했다면 적합성 원칙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금융사가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거나, “예금과 똑같다”며 가입을 유도했다면 설명의무 위반이나 부당 권유 유형의 불완전 판매다.

은행권은 이번에 당국이 조만간 내놓을 ELS 책임 분담 기준안이 ‘고령자 상대 적합성 원칙 위반 사례의 경우 손실의 몇 % 금융사 분담(배상)’, ‘최초 ELS 상품 가입자에 대한 적합성ㆍ설명의무 위반 사례의 경우 손실의 몇 % 금융사 분담’ 등의 형태로 제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권에서는 그간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표준영업행위 준칙 등을 적용해 H지수 ELS 판매 과정에서 가입상품 위험등급을 고지했다. 또 매뉴얼에 따라 소득ㆍ연령대ㆍ직업ㆍ가입 경험ㆍ손실 감내 수준 등에 대한 여러 질문을 던져 취합된 점수에 따라 공격적 투자 성향으로 분류된 투자자만을 가입시켰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ELS 판매 과정이 100% 완벽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은행의 책임을 너무 광범위하게 인정하면, 외국인 등 주주들이 반발하거나 배임을 주장할 수 있는 만큼 법률적 문제를 꼼꼼히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ELS 상품뿐만 아니라 은행에서 판매하는 고위험 상품 판매와 관련해서도 전면 재검토 작업에 착수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ELS뿐만 아니라 파생상품 등 고위험 상품은 원금 보장이 안 되고 손실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손실이 나는 상품에 대해서 은행에서 판매하는 게 좋을지, 어느 선까지 판매하는 것이 좋을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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