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제고만이 살 길이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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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의 내년도 경제운용계획을 보고
21일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경제운용계획에서 주목되는 것은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물론 한두 가지가 아니다. 페르시아만사태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경기후퇴,우루과이라운드 협상타결의 실패에 따른 통상마찰의 격화 등 해외여건의 악화와 유가·공공요금의 인상,산업현장에서의 생산성 저하와 인력난·기술부족·고임금·노사분규의 재연조짐 등 국내 경제환경의 개선 지연 등은 우리 경제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가는 느낌마저 든다.
그 위에 내년에 실시될 지방자치단체 의회의원선거는 벌써부터 들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도 내년도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7%,국제수지적자 30억달러,소비자물가 상승률 8∼9%라는 올해 실적치보다 훨씬 어두운 그림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어려운 국면에서 정부가 여러 가지 선택 가능한 정책목표 중에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순위에 두기로 한 것은 결국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만이 우리 경제를 얽어매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한 궁극적 해답이 되리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이해되며 우리도 이같은 정부의 선택에 한 표를 던지고자 한다.
그것은 지금처럼 국제사회가 군사적 대결구도에서 경제·기술력이 우위를 가름하는 경제대결구도로 바뀌는 상황에서는 경제적 힘을 키우는 것만이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고 경제적 힘이라는 것은 결국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의해서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란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경쟁력 강화라는 정책과제를 추구해 나가는 길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우선 경쟁력 강화라는 개념 자체가 상대적일 뿐 아니라 그 성과가 단기간내에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우리는 앞으로 지방의회의원선거·총선·대통령 선거 등 해마다 한 차례씩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치일정을 앞두고 있다. 이같은 여건에서 당장 그 성과가 눈에 띄지 않고 그래서 정치적 선전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는 정책이 과연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겠느냐는 현실적 의념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제시된 경제운용계획 자체가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고는 있으면서도 막상 인력난 해소,기술개발지원 등 제조업이 당면하고 있는 기본적 문제 해결에조차 눈에 띄는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의 경제운용계획이 과거처럼 실천방안 없이 의욕만을 보여준 것이라면 애써 어려운 선택을 한 의미가 상실될 것이다.
더욱이 서민가계와 직결되는 물가문제,각 계층간·부문간에 조정돼야 할 형평성 제고 등 여러 현안들에 대한 조화있는 대응은 정부의 정책수행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같은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정책과제는 우리가 잠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그리고 이같은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경제부처에만 일을 맡겨놓을 게 아니라 정치권·기업인·근로자·일반가계에 이르기까지 인식을 공유하는 바탕 위에서 허리띠를 죄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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