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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노진규 건강보다 올림픽 우선" 인권위 상대 소송낸 전명규 또 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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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 중앙포토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 중앙포토

고(故) 노진규 쇼트트랙 국가대표의 건강보다 올림픽 출전권 획득 등 성적을 우선했다고 판단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두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1·2심 모두 패소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3-3부(양환승 석준협 노호성 부장판사)는 전 전 부회장이 인권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1심과 동일하게 2심에서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인권위 의견 표명에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없다"며 "의견 표명이 위법하다거나 이로 인해 전 전 부회장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에이스'로 불리던 노 선수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골육종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가 2016년 24세의 나이로 숨졌다.

노 선수는 2013년 9월 월드컵 시리즈 1차 대회를 마친 뒤 조직검사 결과 어깨 부위에서 종양이 발견됐으나 통증을 참으며 올림픽 이후로 수술을 미뤘다가 이듬해 1월 훈련 도중 팔꿈치 골절로 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다.

치료 과정에서 어깨 부위 종양은 악성 종양인 골육종으로 판명됐고 노 선수는 왼쪽 견갑골을 들어내는 큰 수술을 받은 뒤 항암 치료를 이어갔다.

전 전 부회장이 노 선수를 혹사시켰다는 의혹은 2018년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출연한 모친이 인터뷰를 통해 제기했다. 당시 모친은 '아들의 어깨 부위에 종양이 발견됐지만 전 전 부회장이 올림픽이 달려있다며 수술을 막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노 선수 유족은 2019년 전 전 부회장 등 당시 코치진이 선수의 부상 정도를 확인하지 않고 과도한 훈련을 강요해 사망에 이르렀다는 취지의 진정을 인권위에 제기했다.

인권위는 노 선수의 일기와 휴대전화 문자 기록 등을 검토한 결과 "피해자가 소치 올림픽 개인전 출전권이 걸린 2013∼14 제3차 및 제4차 월드컵과 제26회 동계 유니버시아드에 출전한 것은 피해자 의지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코치진에 대해서도 "부상이 심각한 피해자의 안전과 건강, 장기적 경력 관리보다는 목전에 닥친 우리나라 소치 올림픽 쇼트트랙 개인전 출전권 획득이나 우수한 성적 등과 같이 종목단체나 지도자의 이해를 우선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인권위는 공소시효가 끝난 데다 전 전 부회장 등의 행위가 형사상 강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진정을 각하했다.

이후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전 전 부회장은 "인권위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언론에 배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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