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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작은 보석상자부터 가방·서랍장까지…‘1㎜의 예술’ 까또나주로 만들어볼까

중앙일보

입력

소품이나 인테리어·선물용으로 예쁘고 아기자기한 상자를 파는 것을 자주 봤을 텐데요. 이 상자를 직접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까또나주’(Cartonnage)를 이용해서 말이죠. 까또나주는 판지에 천이나 종이를 붙여 상자를 만드는 것으로, 고대 이집트에서 리넨이나 파피루스를 석고 등과 함께 붙여 미라를 보관하는 케이스, 장례식에 쓰는 마스크를 만드는 데서 유래됐다고 알려져 있어요. 시간이 흘러 까또나주는 중세 유럽에서 유행했는데, 천·종이를 판지에 싸서 상자를 만드는 방식으로 변했죠. 박규리·유은서 학생기자가 까또나주 작품을 만드는 임효진 작가를 만나기 위해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있는 아리솔작업실을 찾아갔습니다.

유은서(왼쪽)·박규리 학생기자가 천·종이를 판지에 싸서 상자를 만드는 ‘까또나주’에 대해 알아보고 북스타일 상자를 만들어 봤다.

유은서(왼쪽)·박규리 학생기자가 천·종이를 판지에 싸서 상자를 만드는 ‘까또나주’에 대해 알아보고 북스타일 상자를 만들어 봤다.

“까또나주가 중세 유럽에서 유행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은서 학생기자가 물었어요. “중세시대 유럽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귀부인이 장거리 이동할 때 주로 마차를 타고 가요. 화려한 모자·옷·가발·신발·장신구가 많은데 그냥 마차에 싣거나 단단하지 않은 가방에 넣으면 망가질 수 있죠. 귀부인들이 자신들의 옷 사이즈에 맞게, 장신구 등을 담을 수 있게 판지로 단단한 수납 상자를 만들면서 까또나주가 유행했어요.”

규리 학생기자가 “까또나주로 만든 상자에 모든 물건을 수납할 수 있나요?”라고 질문했어요. “까또나주의 장점은 내가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고 모든 걸 수납할 수 있다는 거예요. 도안을 어떻게 그리고 재단하느냐에 따라 네모·하트·원·육각형·팔각형 등 여러 모양이 가능하고, 문고리·리본 등 아이템을 붙여 꾸밀 수도 있으며, 목적에 따라 작은 보석상자부터 가방·트렁크·티슈케이스·서랍장도 만들 수 있죠. 저는 인형을 좋아해서 문을 여닫을 수 있는 인형 보관함을 많이 만들어요. 우리나라는 일본을 통해 까또나주가 들어와 일본의 영향을 받았는데요. 일본의 까또나주 작품들은 크기가 작고 반지·목걸이 같은 작은 장신구를 넣는 용도가 많은 반면 유럽은 대부분 크기가 크고 옷·신발 등을 넣는 데 쓰죠. 사실 주변에서 쉽게 까또나주 상자를 볼 수 있답니다. 천·종이로 덮인 인테리어용·선물용 상자를 문구점·마트 등에서 구매할 수 있고 백화점에서 시계·귀금속·명품 가방 등을 구매하면 벨벳으로 싸인 상자에 담아주기도 하죠.”

까또나주로 만든 티슈 케이스·다용도 정리함(위 사진)과 인형 보관함. 도안·사용 목적 등에 따라 여러 모양으로 만들 수 있다.

까또나주로 만든 티슈 케이스·다용도 정리함(위 사진)과 인형 보관함. 도안·사용 목적 등에 따라 여러 모양으로 만들 수 있다.

은서 학생기자는 까또나주의 주재료인 판지에 대해 궁금해했어요. “주로 합지류(2장 이상의 종이나 판지를 접착제로 붙인 것)를 많이 사용해요. 상자 안쪽에 붙이는 종이(안지)로는 얇은 켄트지를 많이 쓰죠.” 임 작가는 판지를 구매할 때 팁을 알려줬어요. “내가 원하는 사이즈로 만들기 위해선 판지 두께가 일정해야 해요. 그래야 도안을 그릴 때 쉽게 계산할 수 있죠. 까또나주에 사용하는 판지는 일반적으로 두께가 2mm예요. 이 정도 두께면 충분히 튼튼한 작품을 만들 수 있어요. 원형 작품같이 판지를 휘어서 사용해야 한다면 쉽게 구부러지는 1mm 얇은 판지를 사용하면 좋아요. 판지는 1mm 단위로 최대 10mm까지 나오지만 3mm만 넘어가도 손으로 자르기 힘들어요. 또 판지 앞뒷면이 흰색·회색인 게 좋아요. 화려한 색의 판지는 천이나 종이를 붙였을 때 지저분하게 되죠.”

규리 학생기자가 “천은 어떤 걸 사용해야 하나요?”라고 물었어요. “까또나주를 할 때 판지를 싸는 재료로 종이보다 천을 더 많이 사용해요. 천은 꽃무늬·반복무늬·그림·도형·도트·체크 등 패턴이 다양하고 천에 따라 다른 느낌을 낼 수 있으며 종이보다 질겨요. 면을 많이 사용하지만 리넨·실크 등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됩니다. 주의할 점은 상처나 이물질이 없는 천을 써야 하고, 작업 중에도 천이 오염되지 않게 해야 하는 거죠. 종이는 가죽 느낌을 내는 가죽지, 일반 종이보다 뻣뻣해 물에 잘 젖지 않는 북 커버지, 무늬지 등을 많이 사용해요.”

1mm라도 오차가 발생하면 판지 조립이 어려우므로 길이·높이 계산을 잘해서 도안을 그려야 한다.

1mm라도 오차가 발생하면 판지 조립이 어려우므로 길이·높이 계산을 잘해서 도안을 그려야 한다.

까또나주에 필요한 도구로는 도안을 그릴 때나 재단할 때 쓰는 가위·자·칼·연필 등과 붙일 때 쓰는 폴더·물테이프·목공풀·본드 등이 있어요. “판지를 조립할 때 옆면에는 목공풀을 바르며, 넓은 면을 붙일 때는 접착력이 더 강한 목공용 또는 까또나주용 본드를 사용해요. 물테이프는 한쪽 면에 풀이 발려 물을 묻히면 접착력이 생기는 테이프로 우리나라에서 생산하지 않아 일본에서 수입해요. 물테이프는 판지 연결 부분에 붙여 상자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죠. 오늘 쓸 물테이프는 너비 2cm짜리예요. 폴더는 목공풀·본드와 천을 고르게 펴 바를 때 주로 쓰는데 모양과 크기가 여러 가지라 내 손에 맞는 폴더를 골라 쓰면 돼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하드커버 책과 닮은 북스타일 상자를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우선 상자 몸통을 만들기 위해 임 작가가 두께 2mm 판지로 바닥(가로세로 14X10cm) 1개, 좌우 판지(10X4cm) 2개, 앞뒤 판지(14.4X4cm) 2개를 각각 나눠줬죠. 은서 학생기자가 “앞뒤 판지는 왜 좌우 판지와 가로 길이가 다르나요?”라고 질문했죠. “가로 길이가 똑같으면 서로 연결할 때 모서리 부분이 판지 두께만큼 비어요. 그래서 앞뒤 판지 가로 길이를 양쪽 2mm씩 늘여 좌우 판지와 만나게 하는 거죠.”

까또나주용 천을 고르는 박규리 학생기자. 천은 면·리넨·실크 등 취향에 따라 고르되 흠집·오염이 없어야 한다.

까또나주용 천을 고르는 박규리 학생기자. 천은 면·리넨·실크 등 취향에 따라 고르되 흠집·오염이 없어야 한다.

먼저 바닥 판지를 책상에 놓고 좌우 판지 옆면에 목공풀을 발라 바닥 판지 좌우에 직각이 되게 붙입니다. 다음으로 바닥 판지 위아래와 좌우 판지 양쪽 끝에 목공풀을 발라 앞뒤 판지를 직각으로 붙여요. “물테이프는 상자 바깥쪽 모든 모서리 길이에 맞게 잘라줍니다. 길게 반으로 접은 다음 상자 바닥 모서리에 붙일 물테이프는 뾰족한 부분이 밖으로 튀어나오게 양쪽 끝을 45도로 자르고, 좌우·앞뒤 판지가 만나는 모서리에 붙일 물테이프는 한쪽 끝만 45도로 자르죠. 물테이프를 겹쳐 붙이면 상자 두께가 달라질 수 있으니, 물테이프 끝부분을 45도로 잘라 서로 겹치지 않게 하는 거예요.”

상자 몸통을 만든 뒤엔 천을 골라 붙여줍니다. “상자 옆면·안쪽·뚜껑 3자리를 덮을 천을 고르면 돼요.” 규리 학생기자는 식기류와 체리, 소녀와 영어 글씨, 영국 분위기의 그림이 그려진 면 3개를 선택했죠. 은서 학생기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 하트 모양, 소녀와 꽃이 그려진 면 3개를 골랐어요. “상자 몸통 옆면 높이가 4cm지만 천은 높이 6cm로, 길이는 몸통 둘레보다 2cm 길게 자를 거예요. 천의 높이와 길이를 판지보다 길게 하는 것은 시접(솔기 가운데 접혀서 속으로 들어간 부분) 때문인데요. 시접이 있어야 천을 자른 부분을 깨끗하게 감출 수 있어요. 천에 자를 대고 연필로 높이와 길이를 표시해 자르고, 시접을 1cm 잡아 상자 옆면에 붙여줘요. 그다음 붓으로 목공용 본드를 옆면에 차례대로 펴 바른 다음 천을 갖다 대고 폴더로 잘 펴가며 붙입니다. 옆면 4개를 다 붙이기 전 남은 시접 1cm를 접어서 붙여요. 위아래 시접은 모서리 부분만 판지 두께의 2배인 0.4cm 잘라내 천이 상자 안쪽과 바닥 면에서 겹치지 않도록 해서 붙여요.”

목공풀·본드와 천을 펴 바를 때 쓰는 폴더로 고르게 정돈하는 모습.

목공풀·본드와 천을 펴 바를 때 쓰는 폴더로 고르게 정돈하는 모습.

상자 몸통 안쪽을 마감할 안지는 켄트지로 바닥(가로세로 14X10cm) 1개, 좌우 켄트지(10X4cm) 2개, 앞뒤 켄트지 2개(14X4cm)가 필요합니다. 상자 몸통을 만들 때와 달리 좌우 켄트지와 겹치지 않아 양쪽 2mm씩 늘일 필요가 없죠. “켄트지 한 면에 목공용 본드를 붓으로 펴 바르고 사용할 천에 붙이는데, 바깥쪽으로 시접을 1cm씩 남겨야 하니 켄트지 사이에 그만큼 간격을 띄어 붙입니다. 예를 들어 바닥이면 가로세로 16X12cm 크기 천이 되는 거죠. 시접 부분 천의 모서리는 켄트지 모서리에 닿을 정도로 사선으로 잘라 각자 겹치지 않게 해 목공용 본드를 바르고 켄트지에 붙여줍니다. 천을 다 붙인 안지는 상자 몸통 안쪽에 하나하나 붙이세요.”

상자 뚜껑은 위아래 판지(가로세로 15.4X11.4cm) 2개, 가운데 연결 판지(15.4X4cm) 1개, 뚜껑 윗면 안쪽 판지(13.4cmX9.4cm) 1개로 만듭니다. “북스타일 상자 뚜껑을 책 겉표지라고 생각하면 돼요. 책 겉표지는 안의 종이보다 가로세로가 더 길죠. 그래서 상자 뚜껑도 가로세로 모두 조금씩 길게 만들어요. 그리고 뚜껑 윗면 안쪽에 시접이 붙은 흰 부분을 가리기 위해 안쪽 판지를 덧붙이죠. 단, 천에 붙일 때 위아래 판지와 가운데 연결 판지는 5mm씩 띄어요. 서로 딱 붙으면 뚜껑을 여닫을 수 없으니 움직일 공간을 주는 거죠.”

판지·천 등을 붙인 뒤엔 잘 고정되도록 무거운 물체를 넣어 눌러준다.

판지·천 등을 붙인 뒤엔 잘 고정되도록 무거운 물체를 넣어 눌러준다.

위아래 판지와 가운데 연결 판지를 5mm씩 띄우고 판지 가로 길이에 맞춰 자른 물테이프를 붙여 판지와 판지를 고정시킵니다. 그 상태로 물테이프를 붙인 면 전체에 목공용 본드를 펴 바르고 천에 붙여요. 시접을 1.5~2cm 정도 두고 천을 자르며 모서리 부분은 시접을 붙일 때 빈 곳이 보일 수 있으니 사선으로 자르되 너무 바짝 자르지 않습니다. “뚜껑으로 사용할 위 판지와 가운데 연결 판지 사이에 물테이프가 보이는 5mm 공간이 있죠. 이를 가리기 위해 가로는 같은 15.4cm, 세로 2cm는 정도로 천을 잘라 목공용 본드로 붙여줍니다. 아래 판지 중앙에 상자 몸통이 오도록 붙이고 가운데 연결 판지까지 붙여준 다음, 뚜껑 윗면 안쪽 판지에도 천을 붙여줍니다. 뚜껑 윗면 안쪽 판지의 시접을 붙인 면에 목공용 본드를 바르고 위쪽 뚜껑 중앙에 맞춰 붙이면 북스타일 상자가 완성됩니다.”

은서 학생기자가 “까또나주로 만들기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인가요?”라고 말했어요. “서랍장 같은 경우 여러 서랍이 들어가죠. 이처럼 구조가 복합적으로 들어간 ‘복합구조’를 꼽을 수 있어요. 미세한 오차로 서랍이 크거나 작아서 안 맞으면 모양도 예쁘지 않고 실용성도 떨어지죠. 그만큼 도안을 잘 그리고 재단하는 게 중요해 까또나주를 ‘1mm의 예술’이라고 해요.” 규리 학생기자가 완성한 북스타일 상자에 무거운 걸 올려 놓으면 부서지지 않을까 걱정하자, 임 작가는 “제가 만든 북스타일 상자에 올라선 적 있는데 부서지지 않았어요”라고 말했죠.

유은서(왼쪽 상자)·박규리 학생기자가 만든 까또나주 북스타일 상자.

유은서(왼쪽 상자)·박규리 학생기자가 만든 까또나주 북스타일 상자.

“까또나주 작품은 판지에 풀칠·본드칠을 하고 천을 덮는 과정에서 마치 코팅한 것처럼 돼 단단해요. 판지로 만드니까 습기에 약할 수 있지만 집에 주방·화장실 빼고는 습기가 높은 곳이 없어 따로 보관할 곳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죠.” 임 작가는 북스타일 상자가 초보자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까또나주 작품이라 온·오프라인에서 까또나주 북스타일 상자 키트를 찾을 수 있다고 했는데요. 본인이 도안만 잘 그리고 재단한다면 키트가 없어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까또나주를 할 수 있다고도 귀띔했습니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까또나주라는 공예를 취재했어요. 아리솔작업실에서 임효진 작가님이 만든 까또나주 작품들을 볼 때는 만들기 간단해 보였는데, 북스타일 상자를 만들어 보니 판지에 풀을 바르고 천으로 판지를 덮는 작업이 꽤 복잡했어요. 하지만 완성된 북스타일 상자가 정말 예뻐 뿌듯했답니다. 북스타일 상자를 만들면서 다양한 천으로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까또나주의 매력에 사로잡혔어요. 천의 여러 색과 디자인으로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포근하게, 때로는 신비한 느낌을 낼 수 있죠. 소중 친구들도 기회가 된다면 한 번 까또나주로 원하는 상자를 만들어 보길 바라요.

박규리(서울 위례별초 5) 학생기자

평소 만들기를 좋아해 대부분의 공예는 알고 있었는데 까또나주는 처음 들어봤어요. 취재 전에 까또나주 영상과 글을 찾아보면서 작품 만들기가 굉장히 어려워 보여 조금 걱정이 됐죠. 임효진 작가님과 함께 까또나주로 북스타일 상자를 만들어 봤는데요. 아리솔작업실에서 임 작가님께 배워보니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릴 뿐 만들기 어렵지 않았어요. 특히 만드는 과정에서 물테이프를 처음 써봐서 신기했죠. 제가 만든 북스타일 상자는 작지만 정말 예뻤답니다. 집에 와서 책상 옆에 두고 이걸 만들었다는 것에 뿌듯해했죠. 다음엔 집에서도 까또나주를 해볼 생각이에요.

유은서(서울 경복초 4)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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