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발음 돌연 어눌해졌다? '이·웃·손·발' 서둘러 해보세요 [부모님 건강 위험신호④]

중앙일보

입력

설 명절을 맞아 온 가족이 오랜만에 한데 모입니다. 부모님의 달라진 모습, 무심코 지나쳤지만 알고 보면 심각한 질환의 전조 증상인 경우가 있습니다. 설을 계기로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꼼꼼히 챙겨봅시다. 의학적인 지식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중앙일보가 서울아산병원의 주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명절 부모님 건강, 이것만은 꼭 챙기세요’ 체크리스트 4가지를 정리했습니다. 네 번째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권순억 교수가 전하는 뇌졸중입니다.

A씨는 평소처럼 아버지와 전화 통화를 하는데 아버지의 발음이 어딘가 뭉개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여든이 다 되셨음에도 워낙 말씀을 명료하게 하던 분이라 이상하게 생각하던 차에, 갑자기 말수가 줄어들고 가끔 내뱉는 단어들에서 발음이 확연히 어눌해진 게 느껴졌다. 놀란 A씨는 곧바로 119에 전화했고 구급대원의 신속한 조치로 아버지는 인근 응급실로 이송됐다. 검사 결과 아버지는 급성뇌경색으로 진단됐다. 다행히 지체하지 않고 응급 치료를 받아 짧은 입원을 거쳐 큰 후유증 없이 퇴원할 수 있었다.

살아도 심각한 후유증 

뇌졸중은 우리나라에서 사망 원인인 4위의 질환이면서 성인에게 후유장해를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질환이기도 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뇌졸중 환자 중 60세 이상이 84.6%를 차지하고 있다. 고령 환자들은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는 심방세동과 같은 심장질환이나 고혈압과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의 유병률이 높기 때문이다. 뇌졸중은 사망 위험도 높이지만 살아남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뇌졸중은 무엇이고 조기에 식별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두자.

뇌경색 관련 이미지. 사진 서울아산병원

뇌경색 관련 이미지. 사진 서울아산병원

뇌졸중은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뇌 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혈관이 막혀 뇌가 손상되면 ‘뇌경색’이고, 혈관이 터져서 뇌가 손상되면 ‘뇌출혈’로 분류된다. 뇌경색이 전체 뇌졸중의 80%를 차지한다. 뇌혈관이 터져 출혈이 생기는 출혈성 뇌졸중은 20% 정도 된다. 뇌경색은 동맥경화(당뇨나 고혈압으로 혈관 벽 내부에 지방성분과 염증세포가 쌓여 동맥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상태)가 주로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 뇌출혈 중에서는 고혈압에 의해 손상된 뇌혈관이 파열되는 ‘뇌내출혈’과 뇌혈관에 생긴 꽈리 모양의 동맥류가 터져 생기는 ‘지주막하 출혈’ 등이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동맥경화성 뇌경색’ 

뇌경색 관련 이미지. 사진 서울아산병원

뇌경색 관련 이미지. 사진 서울아산병원

뇌졸중의 가장 큰 원인은 동맥경화로 인한 뇌경색이다. 고지혈증, 당뇨병과 고혈압이 있으면 동맥경화가 가속화되기 쉽다. 동맥경화로 혈관이 좁아지면 혈액 속 혈소판 등에 찌꺼기가 붙고 핏덩어리인 혈전이 생긴다. 이 혈전이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별문제 없지만 떨어져서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 온다. 결국 산소 공급이 안 되어 뇌 손상이 진행되는 것이다.

한편, 동맥경화 외에 심방세동(심방근이 동시에 불규칙적으로 수축하는 상태), 판막증(판막이 열리고 닫히는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혈액이 역류하는 질환) 등 심장질환도 뇌졸중의 심각한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심장질환이 있으면 심장 안쪽 벽에 혈전이 생기기 쉬운데, 이 혈전이 떨어져 나가면서 뇌혈관을 막을 수 있다. 심방세동이 있는 경우 뇌졸중 발생률이 ▶60대 2.6배 ▶70대 3.3배 ▶80대 4.5배로 많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권순억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사진 서울아산병원

권순억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사진 서울아산병원

최근 의학 발전으로 급성뇌경색도 발병 직후 몇 시간 안에는 증상 회복이 가능하다. 그 시간 내에 막힌 혈관을 뚫어주면 뇌 손상을 크게 줄여 주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뇌졸중학회에서는 우리나라에 맞게 뇌졸중을 조기 감별할 수 있는 ‘이웃손발’이라는 식별법을 개발하여 일반 국민들이 뇌졸중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들을 모아 홍보하고 있다. ‘이~’하고 웃기, 손들기, 발음하기를 시행하면 된다. 뇌졸중이 의심되면 다음 할 일은 환자를 응급실로 빠르게 후송하는 것이다. 응급실에서 뇌졸중이 의심되는 환자들은 우선적으로 급성뇌경색인지 진단하기 위해서 검사들을 시행하고 적절한 치료를 하게 된다.

뇌졸중 예방 수칙 8가지


1. 싱겁고 담백하게 식단 구성하기
2. 담배는 미련 없이 끊기
3. 술은 최대 두 잔까지만 마시기
4. 과체중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기
5. 주 3회 30분씩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6. 스트레스는 바로 풀기
7.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방치하지 않기
8. 만성질환자라면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 주시하기

뇌졸중의 가장 큰 원인인 동맥경화성 뇌경색은 고혈압·당뇨·고지혈증·흡연·음주와 아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다른 원인에 의한 뇌경색도 고혈압·당뇨·고지혈증·흡연·음주가 발생에 기여를 한다. 뇌출혈은 고혈압과 과도한 음주가 주요한 원인이다. 반드시 금연하고 꾸준히 운동하며 혈관건강에 좋은 습관을 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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