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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차고 통증, 좀 쉬니 괜찮다? 이게 사망원인 2위입니다 [부모님 건강 위험신호③]

중앙일보

입력

설 명절을 맞아 온 가족이 오랜만에 한데 모입니다. 부모님의 달라진 모습, 무심코 지나쳤지만 알고 보면 심각한 질환의 전조 증상인 경우가 있습니다. 설을 계기로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꼼꼼히 챙겨봅시다. 의학적인 지식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중앙일보가 서울아산병원의 주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명절 부모님 건강, 이것만은 꼭 챙기세요’ 체크리스트 4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세 번째는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강도윤 교수가 전하는 협심증입니다.

전라북도 고창에서 농사를 짓는 60대 후반의 남성 A씨는 작년 하반기부터 가끔 숨이 차 일할 때 일하는 중간중간 쉬어야 하는 경우가 생겼다. ‘좀 쉬면 낫겠지’ 생각했는데 겨울철이 되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왠지 가슴이 조이는 느낌도 들고, 답답해졌다. 몸을 많이 쓰는 날엔 간헐적인 통증도 있었지만 조금 쉬면 금세 통증이 풀리곤 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증상을 유심히 지켜보던 자녀가 병원 진료를 권유했다. 진료 후 시행한 관상동맥 CT 검사 결과 심장 관상동맥 세 가닥 중 두 가닥이 심하게 좁아져 있었다. 관상동맥 조영술 결과 좌전하행동맥에 90%의 협착이 있어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사망원인 2위 ‘협심증’ 이런 신호 주의 

많은 어르신이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곤 한다. 노화로 인한 현상일 수도 있으나, 협심증과 같은 심장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가슴 통증이 있다고 모두 협심증인 것은 아니다. 위장 질환, 근육통, 신경증 등도 원인이 될 수 있어 섣부른 판단은 주의해야 한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영양 상태가 좋아지면서 심혈관질환 환자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심혈관질환은 전 세계 사망의 첫 번째 원인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암에 이어 전체 사망 원인 2위(통계청 2022년 사망원인통계결과)를 차지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거나 숨이 찬 증상이 있다면 혹시 심장병은 아닌지 눈여겨봐야 한다.

협심증과 심장혈관협착. 사진 서울아산병원

협심증과 심장혈관협착. 사진 서울아산병원

협심증이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란 혈관이 동맥경화로 인해 좁아지면서 심장으로 가는 혈액이 부족해지는 병이다. 가장 흔히 경험하는 증상은 가슴 통증(흉통)이다. 환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환자는 ‘가슴을 짓누르는 듯하다’, ‘가슴에 고춧가루를 뿌려 놓은 느낌이다’, ‘숨이 차다’ 등으로 증상을 표현한다.

협심증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안정 시에는 통증이 없다가 심장 근육에 많은 산소가 필요한 상황에 증상이 유발된다는 점이다. 운동할 때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차가운 날씨에 노출될 때, 흥분한 경우에 증상이 발생한다.

휴식하면 낫는 특징, 지속 시 위험 

가운데 혹은 좌측 가슴이 아프고 통증이 5~10분 정도 이어지다가 휴식하면 나아지는 것이 전형적인 협심증의 증상이다. 그래서 ‘좀 쉬면 괜찮아진다’고 생각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병이 심해지면 안정 시에도 통증이 발생하고 지속 시간도 길어질 수 있다. 통증이 점점 심해지거나 가만히 있어도 아플 경우 불안정형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이 의심되며, 이런 경우 응급실로 내원해야 한다.

협심증을 야기하는 여러 요인 중에는 고령·가족력·비만·흡연·당뇨·고혈압·고지혈증 등이 있다. 직접적인 협심증의 이유는 죽상경화증으로 인해 혈관이 좁아지는 것이다. 혈관이 좁아지면 심장근육에 혈액 부족 증상이 생기고, 나아가 전신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은 근본적으로 같은 병이다. 이러한 관상동맥 협착이 만성으로 진행하면 협심증, 급성으로 진행하면 심근경색증이 발생하며 협심증 환자에게서도 심근경색이 발생하기도 한다.

약으로 통증 조절, 심해지면 시술이나 수술

심장 혈관 스텐트 시술. 사진 서울아산병원

심장 혈관 스텐트 시술. 사진 서울아산병원

협심증의 진단과 치료는 병의 진행 정도와 증상의 중증도에 따라 다르다. 협심증이 의심되면 심전도, 운동부하검사, 심장 초음파, 심근 스펙트, 관상동맥 CT 등의 검사를 진행한다. 확진을 위해 관상동맥에 직접 관을 넣어 사진을 찍는 관상 동맥 조영술을 시행하게 된다.

병의 정도가 심하지 않고, 증상이 잘 조절되면 항혈소판제제와 콜레스테롤 저하제, 혈관 확장제와 같은 약물로 치료한다. 하지만 관상동맥의 협착 정도가 심하고 이로 인해 흉통이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다면, 환자의 증상을 완화하고 악화를 막기 위해 혈관을 재개통시켜주는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재개통 치료법으로는 관상동맥 중재 시술 혹은 관상동맥 우회 수술 등이 있다.

최근 환자들의 연령대가 높아지고 당뇨병, 신장 질환 등 만성질환을 동반한 경우가 늘어나면서 수술 없이 치료하는 관상 동맥 중재 시술이 보편적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관상 동맥 조영술과 같은 방법으로 팔이나 다리 혈관을 통해 관상 동맥에 관을 삽입하고 막힌 혈관 부위를 풍선이나 스텐트(철망)로 확장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전신 마취를 하지 않아도 되고, 회복 기간이 짧으며, 흉터도 남지 않아 협심증 치료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협착의 중증도가 매우 심한 경우엔 심장혈관흉부외과에서 시행하는 관상동맥 우회 수술을 통해 치료하게 된다.

“오늘이라도 금연해라”

심장 스텐트 시술하는 모습. 사진 서울아산병원

심장 스텐트 시술하는 모습. 사진 서울아산병원

심혈관질환은 일찍 발견하고 큰일을 겪기 전에 미리 관리하는 것이 제일이다. 위에 언급한 위험인자들을 미리 관리하고 흉통이 생길 경우 참지 말고 병원에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이다. 금연 후 1년이 지나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절반으로 감소하며 15년이 지나면 전혀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과 위험도가 비슷해지니 하루라도 빨리, 오늘 당장 끊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밖에도 탄수화물과 포화지방을 줄이는 건강한 식사와 운동, 체중 감량, 동반 질환 관리를 통해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심혈관 질환에는 완치가 없다. 관상 동맥 중재 시술이나 관상 동맥 우회 수술을 받았다고 질환이 완전히 낫는 것이 아니다. 동맥경화증은 전신 혈관에 발생하고, 진행하는 만성 질환으로 평생 관리해야 한다. 시술이나 수술을 받았다고 관리를 소홀히 했다가 협착이 재발하거나 스텐트 혈전증을 겪을 수도 있다.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하더라도 약물치료는 꾸준히 병행해야 하며, 치료 후에도 금연, 운동, 투약 세 가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강도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사진 서울아산병원

강도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사진 서울아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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