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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아프면 60㎞ 달려가던 곡성군, 의사 데려올 '회심의 작전'

중앙일보

입력

전남 곡성군이 소아과병원 부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정기부를 받고 있는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 캠페인. 사진 곡성군

전남 곡성군이 소아과병원 부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정기부를 받고 있는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 캠페인. 사진 곡성군

‘고향사랑기부금’ 활용 방식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취약한 의료시스템 보완이나 출산지원 등 특정 사업을 지정해 기부금을 받고 있다. 지난해 1월 시행된 고향사랑기부금 제도가 자치단체별로 필요한 사업 예산으로 쓰이면서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8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 곡성군은 지역 내 소아과 진료 인력과 장비 확충을 위해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키로 했다. 기부금 모금액을 1주일에 두 차례씩 소아과 전문의를 곡성군으로 초빙하는 데 쓰는 게 목표다. 기부금은 의료진 출장 경비와 소아과 진료실·진료장비 구축, 진료비 지원 등에 사용된다.

어린이 1800명 사는데…소아과 없는 곡성군

설 명절을 앞둔 지난 6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고향사랑기부제 출범 2년차 기념행사에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자에게 세액공제와 답례품 혜택을 주고, 지자체는 기부금을 주민 복리증진에 사용하는 제도다. 연합뉴스

설 명절을 앞둔 지난 6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고향사랑기부제 출범 2년차 기념행사에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자에게 세액공제와 답례품 혜택을 주고, 지자체는 기부금을 주민 복리증진에 사용하는 제도다. 연합뉴스

인구 2만6800명인 곡성군에는 소아과병원이 없다. 어린 자녀가 갑자기 아플 때면 60㎞ 이상 떨어진 광주광역시나 순천까지 원정 진료를 가야한다. 곡성군에는 어린이 1800여명이 살고 있다. 주부 김정원(35·여)씨는 “일곱 살 된 아들이 병치레가 잦은데 1시간이 넘게 차를 몰고 가야만 광주 큰 병원에 갈 수 있다”며 “아이가 열이 조금만 올라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말했다.

이에 곡성군은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라는 프로젝트를 정하고 고향사랑기부로 8000만원을 모으기로 했다. 모금 기간은 오는 8월까지다. 곡성군 관계자는 “지난해 곡성군 고향사랑기부 1인당 평균 금액이 18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445명 이상 참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곡성군은 오는 9월부터 광주광역시에서 소아과 의사를 데려올 계획이다. 소아과 전문의는 매주 두 차례 곡성읍 내 보건소를 방문해 진료한다.

영암군, 공공산후조리원 의료기기 구매

지난해 9월 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킨텍스에서 열린 고향사랑기부제 박람회에서 참관객들이 각 지역 대표답례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9월 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킨텍스에서 열린 고향사랑기부제 박람회에서 참관객들이 각 지역 대표답례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이와 함께 전남 영암군은 고향사랑기부금을 '출산 지원'으로 지정했다. 영암군에 설립될 공공산후조리원 의료기기 구매비를 기부금으로 충당하겠다는 취지다. 영암군 측은 “산모와 아이를 안전하게 지켜내겠다는 ‘영암 맘(mom) 안심 프로젝트’에 대한 출향 인사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 동구는 고향사랑기부금을 청년인구 유입을 위해 쓰기로 했다. 2026년까지 공급될 57가구 ‘청년노동자 공유주택’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기부금으로 지원한다. 청년 공유주택은 1~2인 가구용 주택(전용면적 36~50㎡)을 보급하는 정책이다.

청양군 등, 청년주택·독거노인 돌봄  

전남 곡성군이 소아과병원 부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정기부를 받고 있는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 캠페인. 사진 곡성군

전남 곡성군이 소아과병원 부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정기부를 받고 있는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 캠페인. 사진 곡성군

충남 청양군은 노인과 청년 지원사업에 사용하기로 했다. 올해는 65세 이상 독거노인에게 인공지능(AI) 스마트 돌봄서비스를 시작한다. 디지털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청소년 지원 프로그램에도 기부금이 사용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자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기부금 30% 내에서 지역특산품을 받는 제도다. 주민등록 주소를 제외한 전국 지자체에 연간 500만원 내에서 기부할 수 있다. 기부금 10만원까지는 전액, 10만원 초과분은 16.5% 세액공제도 받는다.

첫해 650억원 기부…정부, 기부 문턱 낮춰

고향사랑기부제 홈페이지 '고향사랑e음' 캡처. 중앙포토

고향사랑기부제 홈페이지 '고향사랑e음' 캡처. 중앙포토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모인 총모금액은 650억원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전남도가 143억3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도 89억9000만원, 전북도 84억7000만원 등이다.

기초단체별로는 전남 담양군 22억4000만원, 전남 고흥군 12억2000만원, 전남 나주시 10억6000만원, 경북 예천군 9억7000만원, 전남 영광군 9억3000만원 등이다.

정부는 시행 2년 차를 맞은 고향사랑기부제 문턱을 낮췄다. 지난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현행 500만원인 1인당 기부금 한도가 2000만원으로 상향됐다. 모금방식 규제도 완화해 향우회·동창회 등 사적 모임을 통한 모금과 문자메시지 등을 활용한 모금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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