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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1만5000원' 전 부치기, 10명 몰렸다…설연휴는 꿀알바?

중앙일보

입력

서울에서 대학을 갓 졸업한 송모(25)씨는 최근 3년간 설 연휴 때 본가인 대구를 찾지 않았다.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이 끊긴데다 취업준비를 위한 지출이 늘어 연휴기간 아르바이트가 필수가 돼서다. 설 연휴 특수를 맞아 시급이 높은 전 부치기, 차례상 음식 만들기 등 이색 알바에 집중적으로 지원했지만, “이미 채용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청와대 관람객을 위한 해설 아르바이트도 지원했지만 외국어 스펙 부족으로 탈락했다.

설 연휴 기간 강아지를 대신 맡아줄 사람을 뽑는 이색 알바를 모집했다. 또한 도우미가 쉬고 보호자도 일을 가야하는 탓에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투석 장소까지 데려다주는 ‘어부바 알바’도 모집했다. 독자 제공

설 연휴 기간 강아지를 대신 맡아줄 사람을 뽑는 이색 알바를 모집했다. 또한 도우미가 쉬고 보호자도 일을 가야하는 탓에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투석 장소까지 데려다주는 ‘어부바 알바’도 모집했다. 독자 제공

송씨는 결국 시장 과일가게에서 포장 알바를 하기로 했다. 송씨는 “이색 알바가 시급을 두둑이 챙겨줘 ‘꿀알바’라고 소문나 있다 보니 금방 자리가 찬다”며 “설 연휴인데도 최저시급(9860원)과 비슷한 시급 1만원을 받으며 일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설날 이색 알바로 청와대 관람 동선 안내 및 해설자 모집 공고가 올라왔다. 알바몬 캡처

설날 이색 알바로 청와대 관람 동선 안내 및 해설자 모집 공고가 올라왔다. 알바몬 캡처

설 연휴를 맞아 이색 알바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지만, 정작 구직자들 사이에선 “하늘의 별 따기”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설 연휴 기간 등 특수성을 고려해 시급이 1만5000원에 달하는 등 급여가 높아, 경쟁률이 높기 때문이다. 전 부치기 알바를 뽑던 자영업자 강모(67)씨는 “사람 뽑는데 2,3일 걸릴 줄 알았는데 2,3시간 만에 10명이 지원했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인력을 뽑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설 연휴 기간 알바를 하는 것은 보편화한 지 오래다. 아르바이트 구직 플랫폼 알바천국이 성인남녀 344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 연휴 계획에 대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전체 62.3%(2144명)가 ‘아르바이트를 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해 설 연휴 계획 조사결과보다 8.3%p 높은 수치다. 귀향 계획이 있는 사람은 지난해 51.9%(2667명 대상)에서 45.6%로 감소했다.

장기간 이어지는 불경기에 설 연휴 기간 고향을 찾는 대신 돈벌이를 택했다. ‘용돈을 벌기 위함(45.7%)’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으로 추가 수입 필요(21.1%)’ ‘등록금 등 목돈 마련(20%)’ 등 89.2%(복수 응답)가 경제적인 이유로 설 연휴 알바를 한다고 밝혔다. 또 설 연휴에 근무하는 만큼 충분한 보상(시급 1만2002원)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동네마트는 최저시급에 미치지 못하는 일급을 주겠다고 설날 알바를 모집했다. 독자 제공

한 동네마트는 최저시급에 미치지 못하는 일급을 주겠다고 설날 알바를 모집했다. 독자 제공

하지만 설 이색 알바를 제외한 연휴 기간 알바 태반은 보수가 법정 최저임급 수준에 그쳤다. 서울의 한 마트는 설 연휴 기간 9시간 근무에 일급 8만3000원을 지급한다고 공고했는데, 이는 최저시급(9860원)도 지급하지 못한 임금이다. 유모(26)씨는 “가능하면 시급이 센 알바를 하고 싶지만,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다”라며 “저임금 알바라도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설 연휴 기간 ‘단기 알바’는 주말‧공휴일 근무 때 적용되는 최저임금 1.5배에 적용받지 않는다. 설렁탕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최저임급도 주기 빠듯한 상황이다. 싫다면 다른 곳을 알아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과일가게를 운영 중인 박모(59) 씨는 “설 연휴 기간 집에도 가지 못하고 일하는 청년들에게 돈을 더 주고 싶지만, 설 대목은 옛말”이라며 “시급 1만원도 가게 입장에서 많이 쳐준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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