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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가장 인기?...서울대 도서관 대출 1위, 의외의 책

중앙일보

입력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관정관의 모습. 김춘식 기자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관정관의 모습. 김춘식 기자

의외의 책이 지난해 서울대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빌린 도서 1위에 올랐다. 연세대 학생들은 한국소설에, 고려대 학생들은 교양서적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공정의 문제’에서 ‘미적분학’으로

중앙일보가 지난해 각 대학의 도서관 대출 순위를 분석한 결과, 서울대는 『미적분학 v.1』(94회)이 대출 횟수에서 1위에 올랐다. 연세대에선 김영하 작가의 소설 『작별인사』(200회), 고려대는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공정하다는 착각』(215회)이 1위였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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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는 1년 만에 도서관 대출 순위가 급변했다. 2022년에 1위를 기록했던『공정하다는 착각』은 지난해 8위로 떨어졌고, 100위권 안에도 없었던 『미적분학 v.1』이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에 따르면 『미적분학 v.1』은 총 94회의 대출 횟수 중 81회(86%)가 수학도서관에서 대출이 이뤄졌다. 이 책을 빌린 이용자 대다수가 수리과학부 학생(53명)이었지만 자유전공학부(2명), 서어서문학과(1명), 의예과(1명) 학생도 있었다.

개정판 출시되자 서울대 명예교수 82권 책 기증

미적분학 도서가 1위로 올라선 배경엔 개정판 출시와 도서 기증이 맞물렸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미적분학 v.1』은 수리과학부를 비롯해 자연과학대학 소속 학생들이 1학년 때 듣는  ‘미적분학1’ 과목의 강의교재다. 그동안 2016년에 출간된 제2개정판이 교재로 쓰였지만, 지난해 2월에 제3개정판이 새로 출간됐다.

자연과학대학 소속 19학번 최모씨는 “2019년에 미적분학 수업을 들을 때도 제2개정판 교재는 과방에 많이 비치돼 있었다”며 “많은 학생이 선배로부터 책을 물려받거나 중고로 책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강의부터 새로운 개정판이 교재로 사용되면서 2016년에 출간된 기존 교재는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책의 저자인 김홍종 서울대 수리과학부 명예교수가 82권의 책을 수학도서관에 기증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매번 교재를 집필하실 때마다 학과에 책을 기증해주셨다”며 “수업을 담당하는 강의 조교들이 도서관에서 1학기 동안 책을 빌려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새 책을 못 빌리는 학생들이 없도록 충분한 양의 도서를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과학 에세이’에 빠진 20대 청년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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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대학에서 공통으로 대출 순위 10위권 안에 든 책은 총 3권이었다. 『공정하다는 착각』과 과학 전문기자 룰루 밀러의 과학 에세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김호연 작가의 소설 『불편한 편의점』이다.

이 중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난해 전국 1467개의 공공도서관에서 20대 청년들이 가장 많이 빌려본 도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021년 12월에 출간된 이 책의 부제는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다. 자연계에 질서를 부여하려 했던 19세기 생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통해 저자가 자신을 성찰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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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에선 유일하게 순위권 내에 종교 서적이 2권 포함됐다. 대한기독교서회에서 출판한 『누가, 예수의 생애를 기록하다: 쉽게 풀어 쓴 누가복음』과 『누가, 사도들의 일을 기록하다: 쉽게 풀어 쓴 사도행전』이 나란히 7위와 10위에 올랐다. 연세대 학술문화처 도서관 관계자는 “두 권의 책은 1학년 학생들이 반드시 들어야 하는 기독교 과목의 강의교재로 지정돼있다”고 말했다. 고려대에선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6위)와 철학자 한병철의 『피로사회』(8위)가 올해 새로 순위권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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