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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빈 죽음에 상처…노출 꺼려온 윌리엄, 英왕실 '얼굴' 등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국의 찰스3세 국왕(75)이 암 진단을 받고 공식 활동을 중단함에 따라, 왕위 계승 1순위인 윌리엄 왕세자(41)가 왕실 전면에 등판해 국왕의 업무 일부를 대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윌리엄 왕세자는 왕실과의 불화 끝에 미국으로 이주한 동생 해리 왕자와 달리 착실하게 왕실 업무를 수행해, 왕실 가족 중 가장 인기 있는 인물로 꼽힌다.

영국 윌리엄 왕세자가 지난 7일(현지시간) 런던 항공 구급차 자선 갈라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AP=연합뉴스

영국 윌리엄 왕세자가 지난 7일(현지시간) 런던 항공 구급차 자선 갈라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A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뉴욕타임스(NYT) 등은 찰스3세의 암 진단으로 윌리엄 왕세자의 일상에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고 전했다. 그간 윌리엄 왕세자는 사생활 노출을 꺼리며 기후위기, 노숙자 문제 해결 등 공무에 집중해왔지만, 아버지의 병환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왕실의 ‘얼굴’ 임무를 부여받게 됐다는 것이다.

앞서 버킹엄궁은 지난 5일 찰스3세가 전립선 비대증으로 치료를 받던 중 암이 발견돼 치료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왕실은 발견된 암이 전립선암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암인지, 어느 단계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찰스3세는 의사 소견에 따라 치료 기간 동안 대(對) 국민 업무는 중단하되, 국정업무와 공식 서류 업무는 계속 수행할 예정이다.

영국의 찰스 3세 국왕과 카밀라 왕비가 6일(현지시간) 런던의 클래런스 하우스를 떠나며 차 안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AFP=연합뉴스

영국의 찰스 3세 국왕과 카밀라 왕비가 6일(현지시간) 런던의 클래런스 하우스를 떠나며 차 안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AFP=연합뉴스

왕실 "보여야 믿는다"…對국민 노출 중시

이에 따라 윌리엄 왕세자는 왕실로 복귀해 이틀 뒤인 7일 윈저성에서 훈장 수여식을 주관했다. 이날 오후엔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와 함께 자신이 후원하는 런던의 에어 앰뷸런스 자선단체 기금 모금을 위한 만찬에 참석했다. 왕세자는 아내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의 복부 수술 간병을 위해 3주 전부터 휴가 중인 상태였다.

NYT는 윌리엄 왕세자가 대중들 앞에 왕실의 무사함과 평안함을 보여주기 위해 지체 없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왕실은 “눈에 보여야 믿을 수 있다”는 고(故)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지침에 따라, 왕실 구성원들이 대중 앞에 수시로 모습을 드러내는 대국민 업무를 강조해왔다.

영국 대주교 협의회 환경 고문인 데이비드 슈리브(오른쪽)가 영국의 윌리엄 왕세자로부터 대영 제국 훈장(MBE)을 받았다. AP=연합뉴스

영국 대주교 협의회 환경 고문인 데이비드 슈리브(오른쪽)가 영국의 윌리엄 왕세자로부터 대영 제국 훈장(MBE)을 받았다. AP=연합뉴스

윌리엄 왕세자는 그간 대중 앞에 사생활 노출을 꺼려왔다. 지역 행사 참석 등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주로 아내인 미들턴 왕세자빈의 몫이었다. NYT는 왕세자가 세 자녀의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등 사생활 보호를 중시해왔다고 전했다.

대중 노출을 꺼리는 윌리엄 왕세자의 성향은 어머니인 다이애나(1961~1997) 왕세자빈의 사망으로 생긴 상처에서 기인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다이애나빈은 1997년 프랑스 파리에서 파파라치의 추적을 피하려다 교통사고로 숨졌다. 가디언은 찰스3세의 병환, 미들턴 왕세자빈의 수술에 따른 왕실의 대국민 업무 공백을 윌리엄 왕세자가 고스란히 떠맡게 됐다고 전했다.

현재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왕실 구성원은 윌리엄 왕세자를 포함해 11명에 불과하다. 이중 절반 이상이 75세 이상 고령이다. 윌리엄 왕세자는 왕실 구성원 중 가장 어리다. 또 미들턴 왕세자빈과 세 자녀 등 그의 가족들은 언론을 통해 왕실의 ‘매력적인 이미지’로 소비돼 왔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윌리엄 왕세자는 왕실 가족 중 가장 인기 있는 인물로 꼽혀왔다.

영국의 윌리엄 왕세자(오른쪽)가 7일(현지시간) 런던 항공 구급차 자선 갈라 만찬에서 미국 배우 톰 크루즈와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의 윌리엄 왕세자(오른쪽)가 7일(현지시간) 런던 항공 구급차 자선 갈라 만찬에서 미국 배우 톰 크루즈와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NYT는 미국으로 간 해리 왕자가 왕실로 돌아와 대국민 활동을 맡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왕실 전문 저널리스트 엘리자베스 홈스는 “해리가 호출되는 시나리오는 상상할 수 없다”면서 “해리와 윌리엄의 관계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으로 깨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리 왕자는 아버지의 암 진단 소식에 곧바로 영국을 찾았지만, 아버지를 45분간 문병한 뒤 형인 윌리엄 왕세자와는 만나지 않고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숙소도 왕실 주거지가 아닌 호텔에 머물렀다.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 AP=연합뉴스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 AP=연합뉴스

윌리엄, 대리·계승 모두 1순위 

버킹엄궁은 찰스3세 국왕이 국가의 필수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선 가정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WSJ은 왕의 질병에 대해 세부적으로 설명할 의무가 없는 왕실이 찰스3세의 암 진단에 대해 신속하게 알린 것은 그 심각성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법에는 군주가 심신 허약으로 왕실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의사의 판단이 있는 경우, 군주의 업무를 섭정으로 교체할 수 있다. 이 경우 대리할 수 있는 사람은 왕위 계승 순위 서열상 가장 나이가 많은 4인(윌리엄 왕세자, 해리 왕자, 앤드루 왕자(찰스3세의 동생), 베아트리체 공주(앤드루 왕자의 딸))이다.

윌리엄 왕세자의 가족. 오른쪽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윌리엄 왕세자,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 조지 왕자, 루이스 왕자, 샬럿 공주. AP=연합뉴스

윌리엄 왕세자의 가족. 오른쪽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윌리엄 왕세자,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 조지 왕자, 루이스 왕자, 샬럿 공주. AP=연합뉴스

지난 2022년 찰스3세 국왕의 요청으로, 찰스3세의 막내 동생인 에드워드 왕자와 여동생 앤 공주도 필요시 왕을 대리할 수 있게 됐다.

AP통신은 왕위 계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 계승 서열 1순위는 윌리엄 왕세자다. 다음은 왕세손인 조지 왕자, 샬롯 공주, 루이스 왕자 순서다. 해리 왕자는 5순위다. 국왕의 배우자인 카밀라 왕비는 계승 서열에 포함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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