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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년 넘게 상임이사 빈자리 못 채워...한국공 인사지연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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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의 김포공항 활주로 주변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의 김포공항 활주로 주변 모습. 연합뉴스

 인천공항을 제외한 김포공항 등 전국 14개 공항을 운영하는 공기업인 한국공항공사(한국공)가 1년 넘게 상임이사 빈자리를 못 채운 것으로 확인됐다. 또 10개월 전에 임기가 끝난 두 명의 상임이사도 후임 인사가 이뤄지지 않아 어정쩡한 상태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8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공에 따르면 현재 비어있는 상임이사 자리는 운영본부장으로 전임자가 14개월 전인 지난 2022년 12월에 퇴임했다. 이후 지난해 5월까지 공석이었다가 1급 간부가 직무대리를 맡아 왔다. 한국공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말 해당 간부를 후임 상임이사 후보로 추천했지만, 정부의 인사 절차가 늦어지는 탓에 올해 임금피크제(임피)가 적용돼 급여의 50%만 받고 있다.

 한국공은 정년퇴직 직전 2년간 임피를 적용해 급여의 절반만 지급한다. 또 통상적으로 임피에 들어가면 정규 보직을 주지 않으며, 매일 출근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해당 간부는 후임 인사가 안 돼 운영본부장 직대를 그대로 맡고 있다. 지난해 4월 상임이사 임기가 만료된 부사장과 건설기술본부장 역시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10개월째 계속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상임이사는 통상 후임이 정해진 뒤 퇴임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공 관계자는 “상임이사 인사가 돼야 연이어 후속 인사도 이뤄지면서 조직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데 상당기간 이게 막혀 있어서 문제”라며 “국토부에 후임 상임이사 임명을 계속 요청했지만 별 진척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공 안팎에선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어지면 공항의 안전운영과 관리에 악영향을 미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지난해 11월 김포-하네다 노선 운항 2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지난해 11월 김포-하네다 노선 운항 2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상임이사는 해당 기관에서 소정의 절차를 거쳐 후보자를 정해서 국토부에 올리면 다시 대통령실로 전달돼 인사검증 등이 진행된다. 이를 통과하면 해당 기관의 이사회 승인을 거쳐 임명된다. 일반적으로는 퇴임 전부터 관련절차를 미리 진행해 공석 상태를 오래 두지 않는다. 1년 넘게 자리를 채우지 못하는 한국공 사례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중 한국공과 유사한 사례가 한 곳 더 있다. 바로 국가철도공단으로 시설본부장과 시스템본부장 등 상임이사 두 자리가 지난해 8월부터 비었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다시 채우지 못하고 직무대리 체제를 유지 중이다.

 공항 운영과 철도 건설로 성격이 각기 다른 두 곳의 공통점은 기관장이 모두 지난 정부에서 임명됐다는 것이다. 김한영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은 곧 임기가 끝날 예정이며, 윤형중 한국공 사장은 1년가량 임기가 남아있다. 공기업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두 기관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것과 임원 인사가 사실상 막혀 있는 게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 많다”고 전했다.

대전역에 있는 국가철도공단 사옥(오른쪽). 사진 국가철도공단

대전역에 있는 국가철도공단 사옥(오른쪽). 사진 국가철도공단

 실제로 지난해 10월 25일 열린 한국공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공 임원 중 임기가 만료된 분들이 있는데 인사를 못 하고 있다”며 “현직 사장이 문재인 정부 임명 인사라 그런 것 아니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후 한국공이 부사장과 건설기술본부장, 운영본부장 임명안을 정부에 제출했지만 아직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국공에서 올린 인사안이 대통령실에 전달된 것으로 알지만 이후 진행 과정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뀐 뒤 전 정부에서 임명한 기관장의 거취 문제가 민감하고 논란인 건 사실이지만, 안정적인 공항운영과 항공안전 등을 고려해서 조직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꼭 필요한 인사는 서둘러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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