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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윤 대통령 명품백 해명, 국민 우려 해소엔 미흡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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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KBS와 특별대담을 하며 집권 3년 차 국정 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KBS와 특별대담을 하며 집권 3년 차 국정 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김 여사 억울한 사연 강조하다 사과·반성 표현 빠져

특별감찰관·제2부속실 등 제도적 보완장치 서둘러야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7일 방송된 KBS 특별대담(4일 녹화)에서 해당 논란과 관련해 “(명품백을 전달한 최재영 목사가) 시계에다가 몰카까지 들고 와서 했기 때문에 공작이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 1년이 지나서 이런 걸 터뜨리는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정치공작이라고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 안 하게 조금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서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유사 사건이 벌어지지 않도록 “제2부속실은 지금 비서실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최 목사가 김건희 여사 선친과의 친분을 거론하며 접근해 와 김 여사가 매정하게 끊지 못했던 게 문제였고 아쉬웠던 부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유튜브 ‘서울의소리’가 명품백 수수 의혹을 제기한 이후 두 달 넘게 침묵을 지키던 윤 대통령이 이번에 입장을 표시한 건 만시지탄이나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자신의 공약을 번복하면서 제2부속실 설치 가능성을 거론한 대목도 눈에 띈다.

다만 윤 대통령의 해명이 대체로 솔직하긴 했지만, 국민들의 우려를 말끔히 해소하기엔 미흡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윤 대통령은 명품백 수수에 대해 명확한 표현으로 유감과 사과를 전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 여사의 억울한 사정을 설명하는 데 더 비중을 두는 듯한 인상을 줬다. 하지만 김 여사가 억울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더라도 부정적 민심을 고려하면 사과와 반성을 앞세우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또 현재 논란의 백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설명도 없었다. 경호실의 허술한 보안 관리 문제도 언급이 빠졌다. 앞으로 대통령실은 이런 부분에 대해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추가 답변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사람을 대할 때 좀 더 단호하게 선을 긋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그런 게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 되긴 어려울 것 같다. 대통령실은 특별감찰관 임명이나 제2부속실 설치를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본다.

한편 윤 대통령은 여권 갈등의 불씨로 떠오른 ‘윤심 공천’ 가능성에 대해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총선에 출마하는 대통령실 인사들에게 “특혜는 기대하지도 말고 공정하게 룰에 따라 뛰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물론 앞으로 두고 봐야 할 문제겠으나 일단 윤 대통령의 발언 자체는 올바른 방향이다. 이번 발언을 계기로 최근 불거진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갈등설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