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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의대 증원은 시작일 뿐…필수·지역의료 로드맵 가다듬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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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4대 패키지 긍정적…비급여 관리해야 쏠림 방지

계약제만으로 지역에 의사 붙들 수 있을진 의문

정부가 지난 6일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공식화함으로써 필수·지역의료 붕괴 현상 해소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은 왜곡된 의료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한 모든 해법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로써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늘어난 의사가 필수 분야와 지역의료 쪽으로 잘 흘러갈 수 있도록 세밀한 로드맵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정부도 정원 확대 규모를 발표하기에 앞서 ‘필수의료 혁신을 위한 4대 정책 패키지’를 제시했다. 특히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입해 수가 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필수 분야 수가를 집중 인상하고 난이도와 위험도, 대기·당직 시간 등을 고려한 보완형 공공정책 수가도 도입할 방침이다. 다만 아직은 중증 응급실과 소아·산부인과 정도만 예시로 들었을 뿐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쓸지는 지금부터 세밀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기피 분야 지원책만큼이나 쏠림 완화를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 당초 발표에는 전문의 자격증이 있어야 개원할 수 있도록 면허 제도를 보완하고 보톡스와 필러 등 일부 미용 성형 분야는 간호사 등에게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런데 의사들의 반발이 커지자 며칠 만에 미용 성형 분야 문호 개방은 없던 일이 됐다. 이렇게 한발씩 후퇴하면 결국 의사들 보상만 늘리고 정작 불균형은 해소하지 못하는 것 아닌지가 우려스럽다. 아울러 비급여 치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비급여 치료비가 일정 범위를 넘지 않도록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지역의료는 더 걱정이다. 정부는 지역 의대에서 지역 인재 선발 비중을 60%로 늘리고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계약 위반 시 제재 수단이 없는 단순 인센티브로 과연 지역에 의사들을 붙잡아 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 대책에서 배제된 의무 복무를 전제로 한 공공의대와 지역의료 특별전형 등도 함께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당장 급한 불은 의과대학별 정원 배정 규모를 정하는 일이다. 필수 지역의료 네트워크를 담당할 지방 국립대와 정원 50명 이하 소규모 의대에 더 많이 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곳들은 교육 환경을 충분히 조성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자칫 정원만 늘리고 방치하면 부실 교육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또 학부뿐 아니라 수련의 배정 체계도 6년 뒤로 미루지 말고 지금부터 신속하게 정비해야 한다.

예상을 넘어선 대폭 증원이 발표되면서 의대가 이공계의 인재 블랙홀이 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증원의 방향이 정해진 만큼 단기적 수요 증가를 막긴 어렵다. 그러나 공학과 기초과학 등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분야에는 다른 인센티브를 제시해, 의대 아닌 진로를 정해도 불안하거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치밀한 대책이 필요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