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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싼 中전기버스 'K버스' 제쳤다…정부 꺼낸 '옥죄기' 전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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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시민들이 시내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뉴스1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시민들이 시내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뉴스1

국내에서 중국산 전기버스 신규 등록 대수가 지난해 처음으로 국산 전기버스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중국산 전기버스를 겨냥해 저효율 배터리 차량에 지급하는 보조금 액수를 하향 조정했지만, 오히려 신규등록이 증가한 것이다. 정부는 올해도 비슷한 방식으로 중국산 전기버스 옥죄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6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규 등록 전기버스는 총 2815대로, 이중 중국산이 54%(1522대)를 차지해 국산(1293대)을 앞섰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신규 등록 대수가 국산을 앞선 건 처음이다.

친환경 바람을 탄 전기버스는 시장을 확장했다. 국내 전기버스 신규 등록 대수는 2019년 550대에서 지난해 2815대 등으로 매년 증가했다. 눈에 띄는 건 2019년엔 5대 중 1대꼴이던 중국산 전기버스가 최근 2대 중 1대꼴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2019년 145대에 불과하던 중국산 전기버스는 352대(2020년)→480대(2021년)→868대(2022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그래픽 참조〉.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1억 싼 中전기버스…‘K버스’ 밀어냈다

중국산 전기버스가 한반도를 질주하게 된 비결은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가격이다. 3억원대 중반인 국산 전기버스보다 중국산 전기버스는 1억원 이상 저렴하다. 국내 전기버스는 출력이 높은 NCM(니켈·코발트·망간)계 배터리를 주로 장착한다. 반면 중국산 전기버스는 대부분이 가격이 저렴한 LFP(리튬·인산·철)계 배터리를 장착한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성능도 대폭 개선됐다. 서울 시내버스로 사용되는 중국 BYD의 ‘이버스-12’의 1회 충전 시 최대주행 거리는 503㎞로, 현대차 ‘일렉시티’(420㎞)보다 오히려 길다. BYD는 383킬로와트시(kWh)급 LFP계 배터리를, 현대차는 290kWh급 NCM계 배터리를 각각 탑재했는데 BYD가 배터리 용량을 키워 최대 주행거리를 늘린 것이다. 운수업계 관계자는 “실제 차량 운행에선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부, 中전기버스 겨냥 ‘보조금 칼날’ 

정부는 올해도 저효율 배터리를 채택한 전기버스의 보조금을 줄이는 식으로 ‘중국 전기버스 견제’를 이어간다. 환경부가 6일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개편방안’에는 배터리 무게 등 효율성을 평가하는 효율 계수에 따른 보조금 차등을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 에너지밀도가 높고 재활용 가치가 큰 배터리를 채택한 차량에 보조금을 더 주겠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NCM계 배터리의 밀도가 LFP계보다 높다.

경기 수원여객 차고지에 충전을 마친 전기버스들이 출발대기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경기 수원여객 차고지에 충전을 마친 전기버스들이 출발대기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K버스, 수소전기·수출 새 전략 짜기

국내 버스업계는 수소 전기버스 등 친환경차를 확대하고, 해외 수출길을 개척하는 등의 방법으로 중국산 전기버스의 공세에 맞서는 중이다. 현대자동차는 올 상반기 중형 전기버스 대량생산에 돌입하는 한편 수소 생태계 확장에 힘을 주고 있다. 서울시는 2026년까지 공항버스 등 1300여대를 수소 버스로 전환할 계획이다. 다만 수소전기버스는 아직 차량가격이 비싼 게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힌다. KGM커머셜은 올해 중순부터 자체 개발한 중형 전기버스를 군산공장에서 본격 생산할 계획이다. 이밖에 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시장에 반제품 형태의 전기버스 수출도 타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산 전기버스 확장을 차단하지 못하더라도 정부 보조금이 새나가지 않도록 정책을 다듬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시내버스는 단거리 운행이 대부분이라 LFP계 배터리를 채택했더라도 큰 불편이 없다”며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정책 수립뿐 아니라, 지급과정까지 면밀하게 모니터링해 문제점을 보완하는 식으로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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