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잊혀진 위기’에도 도움의 손길이 닿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김중곤 굿네이버스 사무총장

김중곤 굿네이버스 사무총장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형제의 나라’에서 전해진 안타까운 소식에 기업과 시민 등 각계각층에서 도움의 손길이 쏟아졌고, 굿네이버스는 가장 도움이 필요한 지역에서 즉각적인 구호 활동을 펼쳤다.

특히 이번 튀르키예 긴급구호는 민관협력이 강화된 사례로 손꼽힌다. 정부는 민관 합동으로 해외 긴급구호대(KDRT)를 파견해 재난 복구 사업을 연속성 있게 추진했다. 지난해 10월엔 국내 3개 민간단체와 함께 총 1000만 달러 규모의 재원을 마련해 조성한 임시정착촌 ‘한국-튀르키예 우정마을’이 완공되어 이재민 500가구가 새 보금자리를 얻었다.

해외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 국민은 자발적으로 모금에 참여하며 힘을 보탰다. 덕분에 지난해 시민사회의 인도적 지원 사업 규모는 전년 대비 3.8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올해 정부의 예산은 지난해보다 2배 많은 7400억 원이 편성됐다. 전 세계 인도적 위기에 대한 시민사회의 관심을 반영하고 책무성을 높이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첫째, 우리 정부는 글로벌 중추 국가 실현 목표에 부합하는 인도적 지원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해야 한다. 최근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 재난과 지구촌 곳곳 분쟁이 심화하며 인도적 지원의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손길이 닿는 곳은 53%에 불과하다.

둘째, 정부와 민간단체의 파트너십을 통한 전략적 접근이 확대되길 바란다. 그동안 굿네이버스와 같은 비정부기구(NGO)는 해당 국가나 국제사회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취약 지역에서 아동과 주민의 필요를 채워왔다. 한정된 자원으로 사업의 효과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전문성을 갖춘 NGO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셋째, 인도적 지원 의제에 대한 국제사회 논의에서 우리 정부가 주도성과 영향력을 계속 발휘할 수 있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 전문가 육성 및 역량 강화에 대한 투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 위원회 운영 등을 제안한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에 따르면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인구는 3억6000만 명에 이른다. 굿네이버스는 지난해 지진 발생 후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미처 닿지 못해 취약한 상황에 처한 시리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달 국내외 파트너십 기관과 협력해 이재민 정착촌 ‘평화마을’을 구축하기도 했다. 앞으로 재원 확보와 사업 확대를 통해 시간이 지나 주목받지 못하는 ‘잊혀진 위기’에도 대응할 수 있길 희망한다.

김중곤 굿네이버스 사무총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