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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궁-Ⅱ’ UAE 이어 사우디에 4조대 수출…K방산 ‘중동 훈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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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이 자체 개발한 중거리 지대공 요격 미사일인 천궁-Ⅱ(M-SAM2)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는 계약이 성사됐다고 국방부가 6일 밝혔다. 수출 규모는 약 32억 달러(약 4조2528억원)다. 한국은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의 천궁-Ⅱ 수출에 이어 사우디와도 약 4조원대 대형 방산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현지시간) “한·사우디 국방장관 회담을 계기로 지난해 11월 한국 LIG넥스원과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 간에 체결한 천궁-Ⅱ 10개 포대 수출계약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UAE·사우디·카타르 등 중동 3개국을 순방 중이다.

천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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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패트리엇(PAC-3)’이라고도 불리는 대공 방어체계인 천궁-Ⅱ는 항공기·지상 등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을 잡아내는 첨단 방어 무기체계다. 15~40㎞ 고도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개발한 하층 방공망의 핵심이다. 성능은 좋으면서도 미국의 대공 방어체계인 패트리엇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저렴해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방과학연구소에 따르면 천궁-Ⅱ는 수직발사를 통한 사격 능력과 고속 비행체 대응 능력, 정밀 유도 조종 성능 등을 갖췄다. 미사일의 ‘눈’ 역할을 하는 다기능레이더(MFR)는 중거리 표적 항공기에 대한 탐지·추적·피아식별 능력과 요격 유도탄의 포착·추적·교신 등 교전 기능을 갖췄다.

천궁-Ⅱ는 또 이전 천궁보다 유도탄의 반응 속도, 미사일 요격 성공률이 개선됐다. 마하 4.5(시속 5508㎞) 속도다.

정부는 천궁-Ⅱ의 사우디 수출에 상당 기간 공을 들였다.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를 국빈 방문한 기간에 천궁-Ⅱ 수출계약 성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현지 브리핑에서 “대공 방어체계, 화력 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우디와 대규모 방산 협력 논의가 막바지 단계”라고 설명했다.

특히 사우디는 예멘 후티 반군의 드론과 탄도미사일 공격을 막아낼 방공체계 구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도 한국의 천궁-Ⅱ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실제 후티 반군은 2019년과 2022년 드론, 미사일 등을 전방위로 동원해 사우디의 석유시설과 수도 리야드 등을 공격했다. 후티 반군은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뒤 중동 정세가 불안한 틈을 노려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각종 무기로 공격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 공습에도 쉽사리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데, 사우디는 이처럼 세를 굳혀가는 후티 반군 세력이 궁극적으로 자국 안보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앞서 LIG넥스원·한화시스템·한화디펜스가 2022년 1월 UAE와 35억 달러(약 4조1800억원) 규모의 천궁-Ⅱ 사업 계약을 체결하며 중동 수출의 물꼬를 텄다. 당시 “한국 방산 수출 역사상 단일 품목으로는 최대 규모 수출”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약 1년9개월 만에 유사한 규모의 계약이 성사된 것이다. UAE에 이어 사우디까지 한국의 방산 수출이 성사되면서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선 4일부터 8일까지 ‘2024 사우디 국제방산전시회(WDS)’가 개최되고 있다. 이 자리에는 LIG넥스원과 한화그룹 계열사 등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이 총출동해 현지에서 수출계약 성사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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