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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세 손흥민 마지막 아시안컵? 외국 기자들 되묻는다 “왜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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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재민의 ‘빨간 맛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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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2024년을 맞아 새로운 축구 칼럼 ‘레드재민의 빨간 맛 축구’를 선보입니다.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인 홍재민 기자는 영국 런던대학교 버벡칼리지에서 축구산업경영(석사과정)을 공부했고, 오랜 기간 현장에서 유럽 축구를 취재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중앙일보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The JoongAng Plus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6260

2011년 아시안컵을 시작으로 2015년과 2019년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맹활약하고 있는 손흥민. 외모만 약간 달라졌을 뿐 한국 축구를 향한 진심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2011, 2015, 2019, 2023 경기 모습. [뉴시스]

2011년 아시안컵을 시작으로 2015년과 2019년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맹활약하고 있는 손흥민. 외모만 약간 달라졌을 뿐 한국 축구를 향한 진심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2011, 2015, 2019, 2023 경기 모습. [뉴시스]

“마지막 아시안컵? 손흥민이라면 2027년 대회도 문제없다고 봐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한창인 카타르 도하에서 일본의 베테랑 축구 기자가 한 말이다. 그날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또 들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손흥민의 몸은 한국인의 것이 아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손흥민의 근육 상태를 “쫀쫀하다”고 표현하면서 “몸이 외국인 같다. 나이가 들었는데도 피로 회복 속도가 후배들보다 훨씬 빠르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14년 전인 2010년 12월 시리아와의 평가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했다. 튼튼한 몸과 철저한 관리 덕분에 지금까지 메이저 대회에 개근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3개 대회(2014, 2018, 2022)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개 대회(2011, 2015, 2019, 2023)에 빠짐없이 출전했다.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이 그의 일곱 번째 메이저 대회다. 최고 성적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16강과 2015년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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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이 손흥민의 명성에 누가 되진 않는다. 그 자체로 이미 특별하니까. ‘한국의 자랑’이라 표현하기엔 그는 세계적으로 너무 유명하다. 세상에서 시청자 수가 가장 많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 타이틀을 땄다. 135년 전통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무대에서 득점과 도움을 가장 많이 기록한 아시아인이기도 하다. 앞으로 손흥민을 능가할 아시아 축구 선수가 나올까? 쉽지 않아 보인다. ‘사상 최고의 아시아 공격수’란 타이틀은 앞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손흥민의 전유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영국에선 손흥민의 위상을 확인하기가 쉽다. 지하철역·번화가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마다 걸린 프리미어리그 중계 홍보 포스터의 모델이 바로 손흥민이다. 다른 이유? 그런 거 없다. 프리미어리그가 보기에도 지금 손흥민이 ‘가장 내세울 만한 스타’이기 때문이다. 스포츠브랜드 아디다스는 손흥민을 광고 촬영장에 모시려고 전세기를 띄운다. 명품 브랜드 버버리의 수석 디자이너 다니엘 리,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스타 톰 홀랜드가 손흥민과 사진을 찍으며 어린애처럼 즐거워한다. 손흥민은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스포츠 스타 중 한 명이다. 세상 어디서나 이름만 대면 통할 그런 ‘거물’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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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팝 스타가 아니라 스포츠 스타다. 팝 스타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이다. 인기와 작품성의 인과관계가 희미하다. 걸작이라서 100% 흥행한다는 보장이 없고, 반대로 흥행했다고 모두가 완성도 높은 작품인 것 또한 아니다. MBTI로 비유하자면 F(감성)의 영역이랄까.

스포츠 스타는 본인 분야에서 ‘최고’임을 인증할 객관적 방법이 존재한다. 2022~23시즌 세계 최강 국가대표팀은 (FIFA 월드컵에서 우승한) 아르헨티나였다. 클럽은 (UEFA 챔피언스리그를 석권한) 맨체스터시티다. 세계 최고 축구 선수는 (발롱도르를 수상한) 리오넬 메시다. 딱 정해져 있다. ‘T(이성)’ 성향인 스포츠는 객관적인 지표가 기준이 된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손흥민은 올해 32세다. 카타르 다음의 메이저 대회는 2026년 월드컵(북중미)과 2027년 아시안컵(사우디아라비아)이다. 그때가 되면 손흥민은 34세와 35세가 된다. 손흥민의 기량이 30대 중반까지 유지되리라고 장담하긴 쉽지 않다. 카타르 현지에서 만난 외국 기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손흥민의 마지막 아시안컵’이란 표현을 듣는 사람마다 “왜? 손흥민이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하는 건가?”라고 되묻는다. 그들에겐 손흥민이 한국 축구의 영웅이 될 시간이 충분해 보이는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30대 초·중반의 메시와 호날두가 성취한 것들이 떠올랐다.

손흥민의 퍼포먼스는 ‘메날두’에 준할 만큼 예외적이다. 몸 상태마저 특별하다. 그는 국내 선수들 사이에 일반화된 각종 보충제를 섭취하지 않는다. 다음 메이저 대회에서도 손흥민과 함께하지 못하리란 법은 없다. 메시가 그 나이에 그런 일을 해낼 줄 누가 미리 알았겠는가? 10년 넘게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희망이었다. 희망은 실현될 때까지 늘 유효하다.

홍재민 축구 칼럼니스트

홍재민 축구 칼럼니스트

홍재민 축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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