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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과는 다르다" 정부가 대규모 증원에 자신하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에 대해 발표를 마친 뒤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에 대해 발표를 마친 뒤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뉴스1

6일 의대 증원을 발표한 정부는 2020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자신한다. 필수·지역의료 붕괴와 의사 숫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당시에도 의대 증원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정부는 전공의 등 의료계 총파업에 밀렸다. 코로나19로 의료진이 부족한 특수상황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국민여론도 의대 증원에 압도적으로 찬성한다.

“의료계 명분 쌓았다” 각오 다진 복지부

보건복지부가 의대 증원 의지를 처음 밝힌 건 2022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다. 당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의대 증원을) 촉진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복지부는 의료계나 소비자·환자 단체 등 시민사회의 의견을 지속해 들어왔다. 지난해 10월 의사 인력 확충 방안이 담긴 ‘필수의료 혁신전략’ 발표 이후 의료 현장과 소통 자리를 33회, 지역별 의료간담회를 10회 열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화 창구인 의료현안협의체는 6일 기준 28차례 진행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응급·소아·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계 회의까지 합치면 70번 이상 관련 회의가 열렸다”고 전했다.

의대 증원을 앞두고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지원 대책도 순서대로 내놓았다. 지난 1일엔 필수의료 분야 수가 인상, 의료인 형사처벌 특례 등을 담은 필수의료 종합대책(패키지)을 내놓았고 4일엔 필수의료 분야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내용의 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각각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증원 수요를 조사하기도 했다.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이처럼 의료계 설득에 공을 들인 건 4년 전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2020년 문재인 정부는 의대 정원을 2022년부터 매년 400명씩 10년간 4000명을 늘리기로 했으나 의료계의 집단 반발에 뜻을 접어야 했다. 당시 의료계는 “공청회 한 번 없이 정부가 증원을 강행한다”며 정부의 ‘일방통행식 행정’을 지적했다. “코로나19와 싸우는 의사에게 갑자기 왜 증원 카드를 꺼내 드느냐”는 비판적 여론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수십차례 회의 등을 걸쳐 의대 증원 명분을 쌓아왔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보건의료노조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9.3%가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등 국민 여론도 이제는 우호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2020년 이전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했던 때와 달리 근거를 가지고 증원 규모를 제시했다”며 “긴 시간을 들여 충실하게 단계를 밟아 증원을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의약분업 때 500명 줄고 제자리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단체의 대립은 반복돼왔다. 1998년까지만 해도 3507명이던 의대 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 시행 때 정부가 ‘의료계 달래기’용으로 정원을 10% 줄여주기로 합의하면서 차차 줄었다. 2003년 3253명, 2004∼2005년 3097명을 거쳐 2006년 애초 계획(10%)보다 더 많이 줄어 3058명이 됐다.

이후 정부는 2018년 공공의료대학을 만들어 의료취약지가 겪는 의사 인력난을 풀어보려 했다. 그해 폐교한 서남대 의대 정원(49명)을 흡수한 다음 단계적으로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를 담은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공공의대법)’은 의협의 반발로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20년 8월 27일자 중앙일보 사설. ″그동안 정부가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 삼아 졸속으로 추진하다 보니 의사들의 강한 반발을 초래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8월 27일자 중앙일보 사설. ″그동안 정부가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 삼아 졸속으로 추진하다 보니 의사들의 강한 반발을 초래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에도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공중보건 위기 상황 등을 근거로 ▶의대 증원 ▶공공의대 신설 등을 시도했으나 의료계는 총파업으로 맞섰다. 대학병원 응급실 등에서 일해 병원 필수 인력으로 꼽히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가 집단 휴진에 들어간 것이다. 결국 정부와 의협은 2020년 9월 4일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긴 의정 합의문을 작성했다. 정부가 의료계에 백기를 든 셈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2020년에도 의료계 반대로 (증원이) 실패한 경험이 있다”는 질문에 “그때는 코로나19 감염이 심각해 일단 국민 건강과 생명 확보가 최우선이라 생각해 의료계와 타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때와 상황이 다르며 의대 증원이 무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도 “이번에 증원에 실패하면 대한민국은 없을 거라 보고 (증원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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