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월 150만원→200만원…의정활동비 최대로 올린 지방의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8면

자치단체가 세수 부족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가운데 예산 의결권을 쥔 지방의회가 줄줄이 의정비 인상에 나섰다.

전국 광역·기초의회는 올 초부터 의정활동비 인상을 위한 심의위원회와 공청회,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의정활동비 인상이 가능한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광역의회 의원 의정활동비는 기존 15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 기초의회 의원은 110만원에서 150만원까지 올릴 수 있게 됐다.

지방의원은 1991년 지방자치제 도입 당시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2003년 지방자치법에서 명예직 조항이 사라지고, 의정활동비 지급범위를 광역의회 150만원 이내, 기초의회 110만원 이내로 정했다. 2006년 유급제로 전환되며 월정 수당이 신설됐다. 이때부터 지방의원 의정비는 기본급 개념인 월정수당과 의정자료 수집·연구를 보조할 의정활동비 등 2개 항목으로 나뉘었다.

월정수당은 공무원 보수 인상률에 맞춰 인상하거나, 심의위 자율로 꾸준히 올렸다. 의정활동비는 2003년 이후 상한선이 20년 동안 유지됐다. 지방의원들은 “충실한 의정활동을 위해 의정비 현실화가 필요하다”며 인상을 촉구해 왔다.

시행령이 개정되자 전국 지방의회는 일제히 의정활동비를 인상하고 있다. 충북도의회는 지난달 31일 의정비심의위원회 1차 회의를 열고 인상액을 논의했다. 충북도의원 한 명이 받는 의정비는 2023년 기준 월정 수당 연 4193만원, 의정활동비 연 1800만원이다. 의정활동비를 최대 50만원 인상하면 연간 600만원을 더 받는다.

인상에 찬성한 위원은 20년 동안 동결한 의정활동비 현실화, 유능한 인재의 지방의회 진출 유도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고 한다. 반대 측은 2022년 7월 의회 정책지원관 도입으로 도의원들의 자료 수집, 연구를 돕고 있어 지원이 중복되는 점, 충북도의원 35명 중 절반가량이 겸직하고 있는 점을 제시했다.

강원도의회 의정비심의위원회도 지난달 23일 시민공청회를 열었다. 인상 찬성 측은 “경제적인 안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해야 할 일에 영향을 끼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 측은 “영리 행위가 가능한 상황에서 의정활동비를 올리자는 주장은 큰 설득력을 가질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시민공청회에선 방청객 의견 제시 시간이 있었지만, 질문하는 사람이 없어 방청객 토론은 몇 분 만에 끝났다. 의정비심의위는 지난 1일 제2차 회의를 열고 의정활동비를 월 200만원으로 50만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강원도의회는 조례 개정을 거쳐 3월부터 인상된 의정 활동비를 지급한다. 앞으로 도의원은 월정수당 317만4930원과 의정 활동비 200만원 등 517만4930원을 받게 된다.

의정비 인상에 동참한 건 기초의회도 마찬가지다. 대전 중구의회와 충남 보령시의회, 충북 청주시의회, 강원 춘천시의회 등이 의정활동비 상한선인 150만원으로 확정했다.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경제 한파로 고통받는 서민 사정을 고려할 때 시행령이 개정되자마자 의정활동비를 최대치로 올리는 모습이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게다가 지방의회는 틈날 때마다 월정수당을 인상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