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박진·이원모 강남 출마에 답답 "공정한 공천 저해하는 것"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도 하남시 신우초등학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아홉 번째, 따뜻한 돌봄과 교육이 있는 늘봄학교'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여당 우세 지역에 국민의힘 공천을 신청한 전직 대통령실 참모와 장·차관 인사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5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면서도 “서운하고 답답함 마음이 들 수도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대표적 사례로는 현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인 박진 국민의힘 의원과 검사 출신인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공천을 신청한 강남을이 꼽힌다. 윤 대통령은 전날(4일) 참모들에게 “우리 정부 장관과 용산 참모가 양지만 찾아가는 모습은 투명하고 공정한 당의 시스템 공천 노력을 저해하는 움직임”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경동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수경 대변인이 5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은 누구도 특혜받지 않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을 당에 누차 당부한 바 있다”는 입장을 이례적으로 밝힌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실 출신 인사가 여당 우세 지역에 지원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 다시 한번 입장을 밝힌다”며 윤 대통령의 입장을 재차 알렸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전직 참모들의 공천 신청에 윤 대통령은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오히려 윤 대통령은 국정 경험을 쌓은 이들이 현역 야당 의원이 있는 험지에 도전장을 내밀고, 탈환해오기를 기대한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실 출신 참모가 양지를 놓고 다투는 모습은 누가 봐도 좋은 그림이 아니다”고 말했다.

친윤 현역 주요대결 지역 그래픽 이미지.

대통령실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의 거취를 두고 ‘윤심 논란’이 제기된 것에 대해서도 “어떠한 관여도 없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김 비대위원도 이날 기자들에게 “대통령실의 압력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에 윤 대통령은 지난해 험지 출마에 나선 청년 행정관들에게 “다들 양지만 간다는데, 왜 험지를 택했느냐”며 고마움을 표했다고 한다. 총선에 나선 한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 인사는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어디를 나가야 한다’는 말은 절대 꺼내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공천 명단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 참모 다수는 강남과 영남 지역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이승환(서울 중랑을)·김원재(수원무)·여명(동대문갑) 등 청년 행정관 출신 인사들은 험지로 불리는 지역에서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한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 참모들이 영남 양지만 찾는다”는 질문에 “공천 신청은 자유지만 이기는 공천, 국민이 보기에 수긍할 공천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