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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안고 멍" 벤츠녀는 유명 DJ…동료들이 만든 추모공간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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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다니는 길인데, 이런 사고가 났다니 남 일 같지가 않죠”

오토바이 배달기사 곽모(37)씨가 4일 서울 논현동 한 인도 앞에 놓인 국화꽃 조화(弔花) 앞에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곳은 지난 3일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숨진 배달기사 A씨를 추모하기 위해 동료 기사들이 만든 공간이다. 추모공간에는 A씨가 사고 당시 썼던 헬멧이 놓였다. 동료 기사들은 그 옆으로 소주, 캔커피 등을 놓고 A씨의 명복을 빌었다.

4일 서울 논현동 한 인도에 지난 3일 음주운전 차량 교통사고로 숨진 배달기사 A씨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이보람 기자

4일 서울 논현동 한 인도에 지난 3일 음주운전 차량 교통사고로 숨진 배달기사 A씨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이보람 기자

이날 오후 추모 공간에 들러 불 붙인 담배 한 개비를 놓은 곽씨는 “배달기사들이 위험 운전한다고 ‘딸배’(배달기사들을 비하하는 말)라고 비아냥 거리는데, 그런 라이더들은 소수다. 누가 목숨 내 놓고 그렇게 하겠나”라며 “조심해서 운전을 해도 이런 음주운전 사고 한 번 나면 끝”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옆 도로에는 사고로 파손된 중앙분리대가 테이프로 임시 보수돼있었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해당 사고는 지난 3일 오전 4시 40분쯤 발생했다. 사건 당시 인근 폐쇄회로(CC)TV에 찍인 영상을 보면 벤츠 차량을 운전하던 B씨(24·여)는 빠른 속도로 질주하다 앞 쪽에 있던 오토바이를 그대로 추돌했다. 오토바이 운전자 A씨는 사고 직후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당시 B씨는 면허취소 수준(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의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경찰의 조사 협조 요구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B씨는 코로나19 유행 직전까지 중국을 주 무대로 활동하며 인스타그램 팔로워 20만명을 보유한 유명 DJ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 간이시약 검사에서는 음성 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위험운전치사 등의 혐의로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마약정밀 검사도 실시하기로 했다.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사고는 다른 논란으로도 확산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고 직후 운전자가 강아지만 안고 있고 제대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목격담이 사진과 함께 올라온 탓이다. 경찰 관계자는 안씨가 현장에서 구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 오토바이 배달기사 A씨가 숨진 서울 논현동 음주운전 차량 교통사고를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한 네티즌이 해당 차량을 운전한 안씨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한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3일 오토바이 배달기사 A씨가 숨진 서울 논현동 음주운전 차량 교통사고를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한 네티즌이 해당 차량을 운전한 안씨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한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배달기사들은 음주운전 차량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은 4일 A씨 사건 현장 인근에서 추모식을 열고 “반성문을 100번 썼다고 봐주고, (가해자의) 직업이 괜찮다고 봐주고, 위자료를 줬다는 이유로 봐주는 법원의 태도는 또 다른 음주운전자를 양산했고 죽음을 초래했다. 음주운전 처벌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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