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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 쏟아져도 70달러대 후반 회귀…유가, 물가와 '불안한 동거'

중앙일보

입력

미국 콜로라도주의 한 오일 펌프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콜로라도주의 한 오일 펌프 모습. AP=연합뉴스

중동 정세 파열음 같은 각종 변수가 쏟아지는데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 후반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공급·수요 요인이 팽팽히 맞서면서 유가는 '불안한 현상유지'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기름값 하향 안정 덕에 떨어진 국내 물가의 불확실성도 계속될 전망이다.

5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영국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77.33달러로 마감됐다. 예멘 후티 반군의 유조선 공격 등이 이뤄진 지난달 말엔 83달러 선까지 올랐다. 하지만 중국 경기 지표 부진, 미국 금리 인하 기대 감소 등에 따라 다시 하락했다. 약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29일(77.04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날 싱가포르서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도 78.92달러로 지난달 2일(78.10달러) 시세로 돌아왔다.

올 들어 서방의 후티 반군 공습, 요르단 주둔 미군 사망 등 중동발(發) 뉴스가 쏟아졌지만 두바이유 평균가는 지난해 12월(77.2달러), 지난달(78.9달러)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브렌트유 가격도 최근 한달새 75~83달러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상승·하락 어느 한쪽에 쏠리기보단 오르내리는 추세가 반복되는 셈이다.

이는 주요국 경기 둔화·강(强)달러 등의 '수요 하락', 중동 지역 긴장에 따른 '공급 하락' 변수가 서로 상쇄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뜻한 겨울 날씨, 미국·이란이 대규모 분쟁을 회피하는 상황 등도 유가 급등을 막는 요인이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중동 이슈가 금방 끝나진 않겠지만, 확전으로 번지는 건 피하고 있어 유가가 확 튀지 않고 있다. 당분간 70~80달러 선에서 불확실성이 이어지다 점차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서울의 한 주유소 주유기에서 기름이 떨어지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6일 서울의 한 주유소 주유기에서 기름이 떨어지고 있다. 뉴스1

당장 유가가 뛰지 않는 건 물가엔 호재로 작용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5% 하락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2.8%)을 억누르는 효과를 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소비자의 향후 1년 물가 상승률 전망)도 기름값 하락을 타고 지난해 11월 3.4%에서 지난달 3.0%로 조금씩 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한은과 정부는 유가가 언제든 악재로 바뀔 수 있어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다. 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1월 다섯째주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평균 판매가는 17주 만에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꿈틀대고 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2일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 불확실성이 커진 점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물가 둔화 흐름이 주춤해지며 일시적으로 다소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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