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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사관 '멸종 기린' 글에 좋아요 58만…中개미 몰려든 까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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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 주식시장의 시세 전광판.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상하이 주식시장의 시세 전광판.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주가 폭락에 큰 손실을 입은 중국의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대사관의 SNS에 몰려들고 있다. 중국 당국과 관영매체가 자국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 내놓는 가운데, 당국의 검열을 피할 수 있는 미 대사관의 SNS을 활용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4일 오후 3시(현지시간) 현재, 미국 주중 대사관이 웨이보(微博·중국판 옛 트위터) 공식 계정에 오른 기린을 보호 활동에 대한 글에는 댓글 약 12만 건이 달렸다. 해당 글엔 '좋아요'가 58만 건 이상 붙었고, 총 1만 회 이상 공유됐다.

지난 2일 주중국 미국대사관이 공식 SNS인 웨이보에 멸종위기의 기린을 보호하는 활동을 소개하는 글을 싣자 중국의 개인 주식투자자들이 댓글란에 중국 경제 부진을 호소하며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지난 2일 주중국 미국대사관이 공식 SNS인 웨이보에 멸종위기의 기린을 보호하는 활동을 소개하는 글을 싣자 중국의 개인 주식투자자들이 댓글란에 중국 경제 부진을 호소하며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해당 게시물은 멸종 위기종인 기린에 대한 보호 활동을 소개하는 글로, 미 대사관측이 지난 2일 올렸다. 하지만 댓글은 대부분 주가 폭락으로 손실을 입은 개인투자자들이 자신들의 불만과 하소연을 담아 작성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기린도 생명이 있고 나도 생명이 있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중국 당국이 개인투자자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으로 보인다. 저장성의 네티즌은 “미국 증권감독위원회가 인원을 파견해 (중국 증시를) 지도해달라”는 댓글을 남겼다.

경제당국의 '호언 장담'과 관영매체의 장밋빛 전망에 대한 비판을 담은 댓글도 많았다. 허베이의 한 네티즌은 댓글에서 “매일 찬가만 부르며 사실이 없고 거짓말뿐이다. (중국 당국이 말하는) 고품질 발전을 미국에서 들어봤나”라며 한탄했다.

최근 중국 주식시장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 대사관이 기린 보호 활동을 소개한 글을 게시한 2일 중국에서 내국인만 거래가 가능한 상하이 A주는 1.46%포인트 하락한 2730.15P로 마감했다. 올초 상하이 A주는 2974.94포인트로 시작해 지난 31일 2788.55p로 마감했다. 한때 3만 포인트를 넘었던 홍콩 증시는 지난달 1997년 중국 반환 당시 수준인 1만4794포인트로 추락했다.

댓글 중엔 검열에 대한 비판도 발견됐다. 아이디 ‘서우지융후(手機用戶)’ 는 “날 선 비평이 없어지면 온건한 비평도 귀에 거슬리게 되고, 온화한 비평마저 금지되면 침묵이 딴생각으로 여겨지고, 침묵도 허락되지 않으면 찬양의 불충분함이 죄가 되며, 세상에 단 한 목소리만 허용된다면 유일한 그 목소리는 거짓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현재 중국 검열 당국은 미 대사관의 해당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삭제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댓글을 쓰는 공간에 “우호적인 댓글, 문명인다운 발언”이란 공지를 올렸다.  아울러 인기 검색어 순위에서 해당 키워드를 배제하고, 모든 댓글을 찾아보기 어렵게 했다

지난 2일자 중국 인민일보 3면에 실린 “나라 전체에 낙관적인 분위기가 스며있다”는 제목의 독일공산당 간부의 인터뷰 기사. 신경진 기자

지난 2일자 중국 인민일보 3면에 실린 “나라 전체에 낙관적인 분위기가 스며있다”는 제목의 독일공산당 간부의 인터뷰 기사. 신경진 기자

중국 당국은 과거 주중 미국 대사관의 SNS을 삭제한 적이 있다. 지난 2022년 5월 미국 대사관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대중국 정책 연설을 중국어로 번역해 웨이보에 게재했으나 곧 삭제 당했다. 같은 해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 게시물도 SNS에서 삭제당했다. 당시 니컬러스 번스 미국 대사는 “ 미국 국민이 중국 지도자의 발언을 들을 수 있는 것과 똑같이 중국 인민이 미국 지도자의 발언을 볼 수 있도록 허락해야 한다”며 중국 측에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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