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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look] 애플 클래식 스트리밍…“CD로만 듣는다” 애호가 고집 꺾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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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달 29일 서울 명동 애플 스토어에서 연주한 피아니스트 임윤찬. 임윤찬은 애플 클래식의 한국 출시에 맞춰 20세기 피아니스트들의 9곡으로 된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했다. [사진 애플 클래식]

지난달 29일 서울 명동 애플 스토어에서 연주한 피아니스트 임윤찬. 임윤찬은 애플 클래식의 한국 출시에 맞춰 20세기 피아니스트들의 9곡으로 된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했다. [사진 애플 클래식]

한국에서도 지난달 24일 애플 뮤직 클래시컬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초 북미·유럽에서 시작한 클래식 음악 특화 서비스다. 지난달 29일 서비스 출시 행사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이  연주해 화제가 됐다. 기존 애플 뮤직 이용자는 추가 비용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클래식 음악은 그간 스트리밍 시장에서 힘을 내지 못했다. 애플이 이런 상황을 바꿀까. 즉 까다로운 클래식 애호가들이 이번에는 스트리밍으로 돌아설까.

2017년 처음으로 스트리밍 등 디지털 매출이 CD 등 물리 매체에 앞섰다. 5년 만에 격차는 4배(국제음반산업협회 기준)가 됐다.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듣는 게 당연한 이 시대의 유일한 예외가 클래식이다. 진작에 사라졌어야 할 CD의 명줄을 잇는 링거 역할을 하는 게 클래식이다. 1982년 CD가 처음 등장한 이후 30여년간 여러 디지털 매체(DCC, DAT, MD 등)가 CD에 도전했지만 모두 사라져갔다. CD의 철옹성을 무너뜨린 건 어이없게도 초라한 음질의 MP3였다. 남은 성벽을 마저 무너뜨린 건 재생 매체가 아니라 휴대전화다.

타이달(사진)은 고음질이 특징이다. [사진 타이달]

타이달(사진)은 고음질이 특징이다. [사진 타이달]

휴대전화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클래식 만이 홀로 CD에 집착한다. 이유는 역시 음질이다. 클래식에 있어 MP3의 손실압축 포맷은 큰 걸림돌이다. 말러의 교향곡 8번 같은 대규모 관현악의 경우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타나고, 고급 오디오에 연결하면 조악한 음질이 듣는 사람을 테러하듯 괴롭힌다. 초기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 MP3 기반이었기에, 클래식의 경우 외면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등장한 무손실 압축 포맷인 FLAC은 CD의 WAV 포맷과 음질은 같은데 용량이 적어 소비자 요구에 잘 맞았다. CD 수준의 고음질 스트리밍 서비스가 2014년 시작한 타이달(Tidal)이다. 국내에선 정식 서비스되지 않는데도 우회 가입한 음악애호가가 많다.

메이저 음반사 중심이던 시장 지형도 스트리밍 시대 들어 달라졌다. 디지털 음원은 누구나 상업적으로 공개할 수 있다 보니 음원을 풍부하게 보유한 오케스트라 등도 자체 레이블을 만들었다. 런던심포니, 베를린 필하모닉 등 오케스트라 레이블이 탄생한 배경이다.

애플 클래식은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사진 애플 클래식]

애플 클래식은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사진 애플 클래식]

애플 클래식의 런칭은 이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장이 모두 준비됐기에 가능했다. 다만 이용의 편의성은 별개 문제다. 클래식 데이터베이스(DB)는 복잡하다. 클래식 외의 장르는 곡·연주자 정도만 구별해도 충분하다. 하지만 클래식은 작곡가·곡·악장(곡의 작은 단위)·연주자(곡마다 다르고, 심지어 오페라는 수십 명) 등을 구별하도록 DB를 설계해야 한다. 곡마다 악장을 나누는 방식도 달라 훨씬 다양한 조건 검색이 필요하다.

애플 클래식은 이 점에 있어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보다 나은 결과를 제공한다. 예컨대 오페라의 경우 참여한 모든 연주자를 검색할 수 있고, 이름 클릭만으로 해당 연주자가 참여한 앨범을 찾을 수 있다. 특히 트랙별로도 참여 연주자를 구분했다. 또 독점 음원이 풍부한 것도 큰 장점이다. 아이폰이, 그간 고집해온 라이트닝 단자 대신 USB-C를 채택하면서 HiFi 오디오와의 연결성도 좋아졌다.

그렇다면 애플의 이런 노력이 한국의 클래식 애호가들을 스트리밍으로 끌어갈 수 있을까? 여전히 문제는 있다. 취약한 유사어 검색과 빈약한 한글 검색 탓에 불편하다. 애플 클래식에서는 같은 곡인데도 표현하는 방식이 앨범에 따라 제각각이다. 애호가들의 CD 소유욕을 대신하기도 아직은 버거워 보인다. CD 소유를 대체할 방법은 다운로드다. 일부 해외 사이트에서는 고음질 음원을 내려받을 수 있고, 앨범 단위로 구매하면 PDF 포맷의 디지털 소책자도 받을 수 있다. 애플 클래식은 다운로드를 허용하지 않는다.

가장 큰 장벽은 기술이나 라이브러리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음반의 역사에서 시장을 지배한 매체는 기술이 가장 뛰어난 매체가 아니었다. 유튜브 뮤직은 시장 지배자였던 멜론을 빠르게 제쳤다. 음질이나 검색 때문에 유튜브 뮤직을 선택한 사용자는 거의 없다. 유튜브를 편하게 보려고 프리미엄 서비스를 선택했는데, 유튜브 뮤직을 함께 쓰게 된 것이다. 2000년 전 로마 제국을 무너뜨린 것은 더 강력하고 더 발전한 제국이 아니었다. 그저 정착지를 찾아 북서쪽에서 내려온 야만인이었다.

☞이일호=음악평론가. BMG(소니)클래식스와 유니버설 뮤직의 레이블 매니저를 거쳐 현재 음반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게오르그 솔티의 전집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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