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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쏟아지는 개발 공약, 현실성은 따져 본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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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GTX 연장·신설, 철도 지하화, 재건축 완화

사업성과 재원, 인프라 대책 등 있는지 의문

막대한 사회적 비용 치를 부메랑이 될 수도

총선을 앞두고 각종 개발 정책과 공약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여야가 앞다퉈 각종 개발 청사진을 내놓으며 해당 지역과 관련 지역민 등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쏟아지는 개발 사업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지난달 25일 정부가 발표한 ‘교통 분야 3대 혁신 전략’이다. 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연장과 신설, 철도 지하화 등에 134조원을 투자해 교통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원대한 구상이다. GTX를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주요 권역에 도입해 이들 권역을 1시간 생활권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일부 지역 집값은 벌써 들썩이고 있다.

선거철 단골 공약인 철도 지하화에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수원을 방문해 일부 도심 철도 지하화와 철도 상부 공간과 주변 부지 통합 개발 계획을 밝혔다. 이에 질세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1일 서울 신도림역을 찾아 전국 모든 도시의 지상 철도를 예외 없이 지하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전 철도의 지하화’가 이뤄질 기세다.

제대로 족쇄가 풀린 곳은 재건축이다. 노후도시 정비 대상 지역이 당초 1기 신도시 등 51곳에서 전국 108곳, 215만채로 늘어났다. 용적률은 최대 750%까지 높아지고, 동 간격 규제도 완화된다. 최고 75층까지 재건축이 가능하다. 통합 재건축과 공공기여 정도에 따라 안전진단도 면제된다. 재건축의 사업성이 개선되고 속도도 붙어 주택 공급 절벽을 해소하는 순기능이 기대되긴 한다. 재건축 관련 각종 규제로 빚어졌던 사유 재산권 침해 논란도 사그라들 수 있다.

각종 개발 계획은 민생과 관련 주민의 후생을 개선하는 일이다. 문제는 이런 개발 계획이 장밋빛 전망만 제시한 선심성 공약에 그치거나 졸속 추진될 경우 이후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고밀도 개발이 주거 환경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 교통이나 제반 인프라 확충 계획 없는 개발은 일상을 지옥으로 만들 수 있다. ‘골병 라인’으로 불리는 2기 김포 신도시 ‘골드 라인’ 경전철이 대표적인 예다. 분당 신도시를 단순 리모델링해도 1만1800세대가 증가하고 교통량도 하루 평균 3만대가 늘어날 것이란 추산도 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건 각종 개발 사업에 드는 막대한 사업비다. 지난달 정부 발표에 따르면 GTX 연장과 신설(38조6000억원), 지방 광역·도시 철도(18조4000억원), 신도시 교통개선(11조4000억원), 철도·도로 지하화(65조2000억원) 등 총 134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민주당은 도심 철도 전면 지하화에 대략 80조원가량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여야 모두 민자 유치로 개발 사업을 진행해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겠다지만, 사업성 확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뿐이다. 사업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GTX A 노선의 민자 유치도 어려움을 겪으며 개통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민생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개발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효과적인 실행 방안에 대한 논의와 철저한 준비다. 여기에는 재원 마련 방법부터 해당 개발 정책이 가져올 효과와 국가 균형 발전에 대한 고민까지 모두 포함돼야 한다. 이런 고민과 논의 없이 이뤄지는 개발 계획과 공약은 총선 표심 잡기용 ‘집값 띄우기’ 카드일 뿐이다. 그 뒷감당은 결국 또 국민의 몫이다. ‘복붙’과도 같은 공약과 선심성 정책을 걸러내는 건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개발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