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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북핵 발언 혐오스럽다" 비난한 러시아…외교적 결례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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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외무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북한 관련 발언을 비난하고 나서 외교적 결례 논란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57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57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논평을 통해 “북한이 ‘선제적 핵 공격’을 법제화한 세계 유일 국가라 주장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노골적으로 편향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발언은 북한을 겨냥한 공격적인 계획을 흐리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이라며 “한국·일본 등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뻔뻔한 정책으로 한반도 및 주변에 긴장과 갈등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은) 혐오스러워 보인다”고 맹비난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제57차 중앙통합방위회의를 주재하면서 “북한 정권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한 비이성적 집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정권은) 오로지 세습 전체주의 정권 유지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측의 이 같은 반응은 최근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가능성 언급과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브리핑에선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조치와 관련해 “한국 국방부가 치명적인 무기를 포함한 대우크라이나 직접 군사 지원 필요성을 언급했다”며 “한때 우호적이었던 러시아와 관계를 붕괴시킬 수 있는 무모한 행동에 대해 한국 정부에 경고한다”고 말했다.

반면 자하로바 대변인은 북한과의 무기 거래에 대해선 “우리를 겨냥한 주장들이 입증되지 않고 근거도 없기 때문에 불법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미국과 동맹국들이 러시아를 상대로 불법적으로 비난하려는 시도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13일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보스토니치 우주기지 참관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9월 13일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보스토니치 우주기지 참관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문가 사이에선 이번 논평을 두고 “외무부 대변인이 상대국 정상의 발언까지 비난하는 것은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선 외교적 결례”라는 반응이 나온다. 일각에선 북·러 간 무기 거래 및 첨단기술 지원 등 군사 커넥션이 깊어지는 과정에서 러시아가 북한과의 협력을 “정상적인 외교”로 포장하기 위해 ‘한국 때리기’에 나선 것일 수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앞서 자하로바 대변인도 “북한과의 관계는 오랜 역사적 뿌리를 지니고 있으며 이웃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것이 검증됐다”며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틀 안에서 국제적 의무를 책임 있게 이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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