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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檢로고 붙여 다니다 檢에 걸렸는데…대법 무죄 줬다,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찰로고

검찰로고

자신의 차량에 검찰 로고와 마크를 붙여 다니던 남성이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까지 선고됐으나, 대법원에서 다른 판단을 내며 상황이 뒤집혔다.

3년 전인 2020년 11월, A씨는 국내 온라인 사이트에서 검찰 로고와 마크가 달린 표지판을 3개 구매했다. 샘플 이미지 중 검찰을 고르면, 전화번호나 차량번호를 넣어 주문제작할 수 있었다. 아예 ‘공무수행’까지 적혀 있는 표지판도 있었다. A씨는 전화번호가 적힌 건 차 앞 유리창에, ‘공무수행’ 등 나머지는 뒷부분에 붙였다.

A씨가 부착하고 다녔던 표지판.

A씨가 부착하고 다녔던 표지판.

A씨는 검찰청에서 일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회사 동료가 그의 차를 보고 어떻게 된 건지 묻자 “검사 사촌 형이 차량을 빌려갔다 부착했다”고 했다. A씨는 그렇게 ‘검찰’ 차를 타고 시내 곳곳을 다녔다. 하지만 활보는 한 달도 채 가지 못했다. 웬 검찰 표지판이 붙은 차량이 장기간 주차돼 있는 걸 보고 의아하게 여긴 한 시민이 민원 신고를 했다.

검찰은 A씨가 공무원이나 관공서의 기호, 즉 공기호를 위조해 행사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통상 공기호위조와 위조공기호행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경우는 자동차 번호판을 위조해서다. 처벌은 벌금형 없이 징역 5년 이하로 무거운 편이다. 지난달에는 과태료 미납으로 번호판을 뺏기자 종이로 번호판을 만들어 몰고 다닌 50대가 대전지법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1·2심은 일반인이 보기에 이런 표지판이 붙은 차량을 몰고 다니면 사람들이 검찰 공무 수행 차량으로 오인했을 거라며, A씨의 공기호 위조 및 위조공기호 행사 혐의를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과 2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내렸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하지만 이는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4일 검찰 표지판을 공기호라 볼 수 없고, 그렇다면 A씨를 공기호 관련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표지판에 사용된 검찰 업무표장은 검찰청의 업무 전반 또는 검찰청 업무와의 관련성을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 이것이 부착된 차량이 ‘검찰 공무수행 차량’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기능이 있는 건 아니다”고 했다. 사람들이 보기에 오해할 수 있긴 해도, A씨가 붙이고 다닌 표지판이 (가짜) 자동차번호판처럼 증명적 기능이 있는 건 아니란 얘기다.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냄에 따라, A씨는 공기호 관련 혐의로는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검찰청 표지판을 붙이고 다니는 건 경범죄처벌법(제 3조 7호 관명사칭 혐의) 위반이 될 수 있다. A씨도 무겁게 처벌되는 형법상 공기호위조죄가 아니라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달라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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