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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돌연 '경기 분도' 추진…민주당 공약도 좋은 건 받는다

중앙일보

입력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비대위 회의에서 “경기남북 분도(分道)를 정부·여당으로서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여권 ‘메가서울’에 대한 야권 대응 논리였던 ‘경기 분도론’에 연이틀 힘을 실은 것이다. 한 위원장은 “지금까지 경기 분도는 주로 민주당에서 많이 말했다”며 “(하지만) 저희가 서울 편입 부분만 열심히 하고, 경기 분도 부분은 그냥 소극적으로 공감만 해드리겠다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여당이 돌연 경기 분도에 팔을 걷어붙인 건 “민주당 주장이라도 일리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개진하자”는 한 위원장의 정책 기조 때문이라고 한다. 한 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좋은 정치는 ‘누가 이기느냐’보다 ‘뭘 해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대위 관계자는 “여야가 ‘경기 분도 대 서울 편입’ 구도를 만들어 싸우면 둘 중 아무것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울·경기 주민에 돌아간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이날 당내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를 확대 개편, 서울 편입과 경기 분도를 병행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날 한 위원장이 회의 첫머리에 소개한 ‘대학생 천원 아침밥 정부 지원금 인상’을 두고도 당에서는 “민주당발(發) 이슈를 실현 가능한 수준에서 먼저 굴리겠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날(지난달 31일) ‘대학 교육 무상화’ 등 대학생에 대한 경제적 지원책을 꺼내 들자 한 위원장이 “저희가 당장, 먼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겠다”며 대학생 아침밥 지원금 인상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정책위 차원에서 대학생 학비 경감책 등을 추가 검토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채에서 신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채에서 신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지난달 18일 여야가 나란히 저출생 공약을 발표했을 때도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는 “민주당이 발표한 내용 중 좋은 건 얼마든지 받아들여 가지고 가자”(정책위 관계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치적으로는 서로를 헐뜯고 싸울지언정, 정책만큼은 대결 대신 포용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현출 건국대 교수는 “유권자는 민생 현안에선 여야 합의를 통해 실천 가능한 안을 만들어내는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정치권에 기대한다”면서 “정책에서의 접점을 강조하는 정치 세력이 중도 외연 확장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적과의 논리 대결’을 즐기는 한 위원장 개인 성향 반영이라는 해석도 있다. 수도권 지역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한 위원장은 법무부장관 때(작년 2월)도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비동의 강간죄를 두고 토론해 ‘대정부질문의 정석’으로 호평받았다”며 “정치 공세 와중에도 정책 논의에서는 합리적으로 열려 있다는 데 방점을 두는 타입”이라고 전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정치적 메시지는 야당을 향하고, 정책적 메시지는 국민을 향한다는 투 트랙 전략”이라며 “운동권을 신랄하게 비판해 지지층에 소구하고, 나머지 이슈에서는 톤다운을 해 중도층에 다가가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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