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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이정후 "야마모토와 승부 기대…김하성 형 타구 무조건 잡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MLB)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이정후가 1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뉴스1

이정후가 1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뉴스1

이정후는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 "이제야 비로소 (MLB 진출이) 실감난다. 늘 팀원들과 함께 캠프를 떠났는데, 이렇게 혼자 출국하려니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며 "도착하면 곧바로 구단 시설을 이용해도 된다는 허가를 받았다. 한국에서 할 수 있는 훈련은 다 했으니, 이제 따뜻한 곳에 가서 빨리 기술 훈련을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7년간 키움 히어로즈 소속으로 뛴 이정후는 지난해 말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약 1508억원)의 초대형 계약에 성공했다. 이후 한 달 간 국내에서 개인 훈련과 출국 준비를 병행하며 MLB에서의 첫 시즌을 대비해왔다. 그는 이제 샌프란시스코 구단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새 팀원들과 첫 훈련을 시작하게 된다. 샌프란시스코 야수조의 첫 캠프 소집일은 21일이지만, 이정후는 도착하자마자 캠프지에 합류해 개인 훈련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정후는 MLB에서도 '특급 몸값'으로 꼽히는 1억 달러 벽을 넘은 데 대해 "책임감은 있지만, 부담감은 없다"고 당차게 말했다. 그는 "내가 가서 잘하면 이후 MLB에 도전할 한국의 후배들이나 다른 선수들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며 "(김)하성이 형이 잘한 덕에 내가 좋은 대우를 받았듯, 내가 잘하면 한국 선수에 대한 대우가 더 좋아질 거라는 책임감만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후가 1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후가 1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후는 이미 샌프란시스코 구단의 간판 스타 중 한 명이 된 모양새다. MLB닷컴 등 현지 언론은 일제히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의 운명을 좌우할 주요 선수로 이정후의 이름을 거론해왔다. 이정후가 출국하던 이날도 MLB닷컴은 2024시즌 샌프란시스코의 핵심 키워드로 '이정후의 타율'을 꼽았다.

그는 "아직 미국에서 야구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며 "적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 같다. 먼저 잘 적응한 뒤 이후에는 내 것을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또 "(밥 멜빈) 감독님께서 내가 적응하는 데 필요한 모든 걸 다 도와주겠다고 말씀하셨다. 한국에서 하던 것처럼 편하게 하면 미국에서도 똑같은 성적을 거둘 거라고 하셨다"며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정후는 MLB 진출 후 가장 상대해보고 싶은 투수로 동갑내기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를 꼽았다. 야마모토는 올겨울 다저스와 12년 총액 3억2500만 달러(약 4337억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사인했다. 다저스는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지구(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팀이라 올 시즌 13차례 맞대결하게 된다. 국제대회에서 야마모토와 장군멍군을 주고 받았던 이정후는 "야마모토를 국가대표 경기에서 만났을 때와 빅리그에서 봤을 때 얼마나 다를지 궁금하다. 꼭 한 번 쳐보고 싶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정후가 1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기 전 팬들에게 사인볼을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후가 1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기 전 팬들에게 사인볼을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역시 같은 지구 팀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소속 내야수 김하성과의 승부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장난스럽게 선전포고했다. 이정후와 김하성은 키움에서 4년간 한솥밥을 먹고 원정 룸메이트까지 했던 사이다. 비시즌에도 자주 만날 정도로 친분이 깊다. 김하성은 이정후보다 열흘 먼저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이정후가 내 쪽으로 치는 타구는 무조건 잡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정후도 "나 또한 하성이 형이 중견수 쪽으로 치는 타구는 정말 이(치아)로도 잡겠다"고 한 술 더 떴다. 또 "하성이 형이 나왔다고 (느슨한 플레이로) 봐준다면, 그건 같은 팀 투수한테도 예의가 아니고 우리 플레이를 보러 온 팬들에게도 예의가 아니다"라며 "경기할 때는 사적인 감정 다 빼고 선수 대 선수로 경기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이정후의 캠프지 스코츠데일과 김하성의 캠프지 피오리아는 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옆 동네'다. 이정후는 종종 김하성과 교류하며 노하우를 물어보고 고충도 털어놓을 생각이다. 김하성은 이정후에게 이미 "빅리그에서는 '생전 처음 보는 공'을 보게 될 거다. 와서 직접 느껴보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귀띔했다고 한다. 이정후는 "하성이 형은 올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일만 남았다. (자유계약선수를 앞둔) 중요한 시즌인데, 아프지 않고 항상 하던 대로 잘해서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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