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기습공격 피해자들, 美법원에 이란 상대 1조3000억원대 소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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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군인들이 키부츠(집단농장)에서 무너진 집을 수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마스 기습 공격의 피해자들이 공격 배후에 이란이 있었다며 이란에 10억 달러(약 1조 3340억원)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일(현지시간) 미국 NBC 방송·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기습 공격으로 죽거나 인질로 끌려간 미국 시민 및 그 가족 60여명은 지난달 31일 하마스 공격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며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이란을 고소했다.

이란에 하마스 공격의 법적 책임을 직접적으로 묻는 소송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NBC는 전했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총 67명으로, 하마스 공격으로 다치거나 인질로 붙잡혀갔던 당사자들과 사망자·인질의 가족들이다.

이들은 이란이 오랫동안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 등의 ‘테러단체’에 무기와 물자 등을 지원해왔을 뿐 아니라 이번 하마스의 공격을 직접 사주했다고 보고 있다.

원고 측은 이란 지도자들이 지난해 하마스 공격이 벌어지기 전까지 하마스, PIJ 지도부와 여러 차례 만남을 가졌다는 언론 보도 등을 근거로 이란이 이들에게 이스라엘에 테러를 일으킬 것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지난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중재로 국교 정상화를 추진하자 고립될 위기에 처한 이란이 이를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하마스를 이용해 공격을 벌인 것이라고도 했다.

원고 측은 고소장에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국교 정상화가 진행되자 팔레스타인의 대의 중심으로 아랍 국가들을 통합하려는 시도를 포함해 역내 균형을 재설정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고 적었다.

이들이 제출한 131쪽 분량의 고소장에는 하마스 공격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피해자들의 증언과 시신, 부상자 사진 등도 여럿 포함됐다.

이어 “원고들은 10월 7일 공격에서 가해진 이 끔찍한 부상과 죽음, 절단, 화형, 인질 납치 및 여러 형태의 고문과 심리적 트라우마 등에 대해 이란에 보상을 요구하고자 이 소송을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 대사는 소송에 대한 블룸버그의 이메일 질의에 즉각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소송이 제기된 같은 날 또 다른 하마스 인질 피해자인 주디스 라난은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하마스의 자금 거래를 허용한 암호화폐 거래소를 비롯해 이란, 시리아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들을 시작으로 향후 유사한 소송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있지만 보통 테러 단체나 그 배후 국가를 대상으로 한 법적 소송은 판결까지 최대 수년이 걸리는데다 배상 결정이 나더라도 이를 실제로 집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과거 9·11 테러 피해자들이 이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판결이 나는데만 14년이 걸렸다. 또 판결에 대해 이란이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으면서 상징적인 의미로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