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불명 화재가 발생한 경북 문경 공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다 고립됐던 소방대원 2명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순직한 대원들은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김모(27) 소방교와 박모(35) 소방사다.
경북도소방본부는 1일 오전 4시 14분께 경북 문경시 신기동 신기제2일반산업단지 한 육가공공장에서 화재 진화 도중 고립됐다가 숨진 구조대원 1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앞서 이날 오전 12시 21분 경에는 소방관 1명이 숨진 채 발견돼 오전 1시경 병원으로 이송했다.
두 구조대원은 서로 5~7m 떨어진 지점에 있었다. 시신 위에 구조물이 많이 쌓여 있어 수색에 난항을 겪었다고 소방당국은 설명했다. 두 사람은 맨눈으로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라 DNA 검사를 통해 신원을 확정짓기로 했다.
배종혁 경북 문경소방서장은 브리핑에서 "고립됐던 구조대원들이 똑같은 복장을 하고 투입돼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다"라며 "분명한 건 대원들이 최선을 다해서 화재를 진압했고,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화재는 연면적 4319㎡인 4층 철골구조인 공장 건물에서 발생했다. 신고 접수 10분 뒤인 31일 오후 7시57분경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 8시25분 관할 소방서 인력과 장비를 모두 투입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8시49분 인접 소방서 인력과 장비까지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소방당국은 장비 35대와 인력 79명을 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관할 소방서에서는 당일 근무가 아닌 소방관들까지도 모두 동원된다.
이들은 같은 팀 대원 2명과 4인 1조로 건물 3층에서 인명 검색과 화점 확인을 하던 중 불길에 휩싸이면서 고립됐다.
탈출 직전 화염이 급격히 확산하자 계단을 통해 대피하려 했으나 미처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소방 당국은 전했다. 소방 당국은 계단실 주변 바닥층이 무너진 점 등으로 미뤄 이들이 추락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 소방교는 2019년 7월, 특전사 중사 출신인 박 소방사는 2022년 2월에 임용됐다. 유가족은 인근 마을회관에서 심리상담 지원팀과 대기 중이다. 소방청 주관 아래 공식적인 장례 절차가 치러질 예정이라고 소방 당국은 밝혔다.
화재 당시 공장 관계자 5명이 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1명은 연기를 흡입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화재 원인과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합동 감식을 실시할 방침이다.
앞서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상황 보고를 받고 즉각 남화영 소방청장에게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고립된 소방대원의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긴급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