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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이름에 ‘처벌’ 큰 부담”…중소기업인 3500명 ‘중처법 유예’ 촉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7개 중소기업 단체들이 1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17개 중소기업 단체들이 1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시행된 2022년부터 상담받을 방법을 찾았는데 당시에는 국가 지원 컨설팅이 50인 이상 사업장만 가능하다 하고, 민간 컨설팅 기관은 비용이 수천만원이더군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앞. 광주광역시에서 각각 직원 20명, 25명 규모의 식품 포장 제조업체 두 곳을 운영하는 최봉규 중소기업융합중앙회 회장은 빼곡히 모인 중소기업 대표들과 함께 지난 27일부터 시행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유예 촉구를 호소했다. 중소기업중앙회·소상공인연합회·대한전문건설협회 등 17개 중소기업 단체와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참여한 기자회견에서다. 중기중앙회 측은 전국 각지에서 중소기업인 3500여 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컨설팅 기관만 배불리는 것 아니냐”

이날 오전 7시 광주에서 단체로 버스를 타고 왔다는 최 회장은 “컨설팅 업계를 수소문하다 유예기간이 끝났다. 실질적으로 거의 준비를 못 했다”며 “이제는 중처법으로 대형 로펌이나 민간 컨설팅 기관만 배를 불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공단의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국가 지원 컨설팅은 지난해부터 시행됐다.

집회에 참석한 중소기업인들은 유예 기간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법이 사업주 처벌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기도에서 직원 15명 규모로 자동차 정비공업소를 운영하는 김동경 대표는 “83만 명이 넘는 자영업자, 중소기업 대표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일조했는데 돌아온 건 합의되지 않은 일방적 중처법 적용”이라고 주장했다. 직원 두 명과 함께 기자회견장을 찾은 중소 건설업체 사장 A씨는 “지금까지 사망 사고는 없었지만, 법 이름에 예방 또는 보상이 아닌 ‘처벌’이라는 용어가 들어간 점이 사업주로서 크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1월 31일 중소기업중앙회 추산 3500여 명의 중소기업인들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추가 유예를 촉구하기 위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중소기업중앙회

1월 31일 중소기업중앙회 추산 3500여 명의 중소기업인들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추가 유예를 촉구하기 위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지난 25일 중처법 유예안이 결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2월 1일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 마지막으로 호소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이렇게 많은 기업인이 국회에 모인 것은 중기중앙회 62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기자회견이 끝날 때쯤 현장을 찾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중처법 유예안 호소문’을 전달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도 재계 원로로서 참석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준비 부족으로 안전관리 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충분한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정부가 지원해 사업장 스스로 개선 방안을 찾도록 돕는 것이 재해 예방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힘을 보탰다.

2월 1일 본회의 처리도 불투명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은 지난 27일부터 전면 시행됐다. 2021년 중처법 제정 시 50인 미만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공사)은 공포 3년 이후 시행하도록 했는데, 이 유예 기간이 끝나면서다. 그간 여야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는 방안을 논의해왔지만 입장 차이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 30일 윤재옥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 이후 취재진에 “필요하다면 유예 기간을 줄이더라도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을) 유예해 현장의 어려움과 호소에 응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튿날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고무줄 늘이듯 유예기간을 정하는 것은 원칙이 없는 것”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유예안의 본회의 처리 가능성에 대해 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부칙을 수정하거나, 조문에 유예기간을 넣는 방식으로 ‘기술적 처리’도 가능하겠지만 1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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