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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출산휴가’ ‘새학기 바우처’…與, 투표율 높아진 MZ 노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가운데)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일·가족 모두행복'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가운데)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일·가족 모두행복'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은 지난 18일 총선 1호 공약으로 ‘일·가족 모두행복’이란 이름의 저출산 대책을 발표했다. 공약엔 저출산 대책을 총괄할 ‘인구부’ 신설, ‘아빠 휴가(남성 1개월 유급 출산휴가)’ 의무화, 육아휴직 급여 상향, 초·중·고 자녀를 위한 ‘새 학기 도약 바우처’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야당도 질세라 아동 수당 확대 등 공약을 발표했다.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일명 ‘MZ 세대(1980~2000년대생)’에 초점을 맞춘 저출산 대책이 공약으로 쏟아졌다. 인생 주기상 주로 결혼·출산을 겪는 연령대인 20~30대 청년층의 표심(票心)을 얻기 위해서다. 60대 이상 노인 표심에 호소하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나 ‘경로당 무상급식’ 등을 총선 주요 공약으로 내건 야당과 대조적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이번 총선은 처음으로 60대 이상 유권자 비중(31.4%)이 2030 유권자 비중(28.8%)보다 크다. 하지만 2030 투표율이 꾸준히 증가세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 투표율은 2008년 18대 총선 당시 46.1%에서 2020년 21대 총선에선 66.2%로 20.1%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2030 투표율은 18대 32.2%에서 21대 58.6%로 26.4%포인트 증가했다. 투표율 격차는 13.9%포인트에서 7.6%포인트로 줄었다. 상대적으로 투표에 무관심하다고 여겨진 청년층이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나오는 모양새다.

김형준 배재대(정치학) 석좌교수는 “선거가 혼전일수록 선호 정당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 중도 표심을 얻는 게 중요하다”며 “60대 이상 ‘콘크리트’ 지지층을 확보한 여당이 ‘산토끼’ MZ 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저출산 대책을 강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공약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아빠 휴가 의무화만 해도 없어서 안 쓰는 게 아니라 ‘있어도 못 쓰는’ 상황이 문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0월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5038곳의 인사담당자를 설문한 결과 52.5%가 “원하는 사람은 육아휴직을 모두 쓸 수 있다”고 답했다. 뒤집어 말하면 절반가량은 원하더라도 육아휴직을 쓸 수 없다는 얘기다. 심지어 20.4%는 “육아휴직을 전혀 쓸 수 없다”고 답했다.

재정에 대한 검토도 부족하다. 초1부터 고3까지 자녀를 둔 가정에 한 학기당 50만원, 1년에 100만원씩 지급하는 내용의 ‘새 학기 바우처’ 사업을 추진하려면 연간 5조원가량 들지만, 재원 마련 계획이 불투명하다. 육아휴직 급여를 현행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올리는 공약도 마찬가지다. 야당은 한술 더 떠 8세 미만 자녀에게 월 10만원씩 주는 아동수당을 8~17세에게도 월 20만원씩 준다고 공약했다. 18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의 펀드 계좌에 월 10만원씩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역시 재원 마련 방안은 빠졌다.

저출산 문제 해결이 국가 과제로 떠오른 만큼 총선에서 화두로 등장한 것 자체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저출산 현상이 치솟은 주택 가격, 수도권 집중, 사교육비 문제 등 여러 난제와 맞물린 만큼 육아휴직이나 각종 수당을 건드리는 단편적 대책만으로 한계가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아이디어 차원의 공약보다 현실적으로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는 저출산 대책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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