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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X같이 하면 테러"…한동훈·이재명 저격글 쏟아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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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지자 모임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글. 특정인을 '빨갱이'로 언급하며 영구 입국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홈페이지 캡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지자 모임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글. 특정인을 '빨갱이'로 언급하며 영구 입국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홈페이지 캡처]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치인이 잇따라 피습된 이후 온라인에 정치인을 향한 혐오·폭력 발언이 난무하고 있다. 4월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범죄 예고 위협과 같은 내용의 수위도 높아져 후속 모방 테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29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특정 정치인 지지 소셜미디어(SNS) 등을 살펴보니,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포함한 유력 정치인을 상대로 한 혐오·폭력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1000명 가까운 인원이 가입한 네이버 밴드에는 한 위원장을 겨냥해 “압수수색 300여 군데 해서 가정을 갈기갈기 찢어버려야 한다”, “(야당 인사를 수사한) 정치 검사는 사형시켜야 한다” 등의 글이 게재됐다.

가입자가 1000명 가까이 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 모임에 달린 댓글. 이 대표를 수사한 이들을 처단해야 한다는 악플이 달렸다. [네이버 밴드 캡처]

가입자가 1000명 가까이 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 모임에 달린 댓글. 이 대표를 수사한 이들을 처단해야 한다는 악플이 달렸다. [네이버 밴드 캡처]

최근 발생한 정치인 피습 사건을 옹호하거나, 허위·추측성 글도 많았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정치를 X같이 하면 뒤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정치인이 또 처맞을 것을 기대 중” 등 정치인 테러를 감싸는 글도 다수 올라왔다. 야당 지지자들이 주로 찾는 커뮤니티 클리앙에선 “몇 년 지나면 배 의원의 인지도를 높인 공로로 여당에서 (습격범을) 청년위원장으로 영입해갈 것”이라며 근거 없는 ‘테러 조작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5일 피의자 A(15)군으로부터 돌로 가격당하는 모습. 뉴스1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5일 피의자 A(15)군으로부터 돌로 가격당하는 모습. 뉴스1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극단적 정치 팬덤(특정 정치인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 또는 현상)이 강화하면서 정치인을 향한 테러 위협이나 혐오 발언이 더 격화하고 있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SNS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소위 ‘에코 체임버(공동체 안에서 특정 주장이 반복되면서 강화하는 현상)’ 효과가 발생해 편협한 생각이 강화되고 극단적인 행동이 유발된다”며 “맹목적인 반대 의견을 표출하는 방식에 동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최근 정치인 테러도 한국 정치의 양극화·극단화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정당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디지털 윤리를 자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상의 극단적인 글이 실제 모방 범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도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SNS 등을 통해 원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믿으면서 자신과 맞지 않는 집단에 대한 공격성이 비정상적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정치학)는 “정치 양극화 상황에서 극단적 성향을 과시하며 ‘비뚤어진 자신감’을 표출하는 게 정치 테러의 시작”이라며 “지금처럼 정치 성향 위주로 짜인 온라인 공동체가 유지된다면 모방 범죄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찰도 특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등과 만나 ‘선거안전 확보 및 각종 테러 예방 대책’을 보고했다. 사이버 협박을 막기 위해 시·도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전담요원을 지정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 관련 게시글을 바로 삭제·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정치인 등 주요 인사에 대한 신변보호도 강화한다. 현재 주요 정당(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적용하고 있는 ‘근접 신변보호팀’을 다른 정당 대표 등에게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거리 유세 같은 외부 행사에 전담 보호부대와 자체 신변보호팀을 배치해 근거리에서 경호하고, 많은 인파가 몰리는 행사에는 기동대 등을 추가로 배치하기로 했다.

경찰, 배현진 습격 A군 주거지 압수수색…추가 조사

배 의원 피습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피의자 A(15)군과 부모를 상대로 2차 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오후 강남경찰서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주거지와 병원에 각각 수사관을 보내 추가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범행 이튿날인 26일, A군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A군을 서울 모처의 한 병원에 응급입원 조처했다.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추정되는 사람에게 자·타해 위험이 있을 경우 의료 기관에 3일 이내에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다.30일 응급입원 기한이 종료되면 보호자 동의에 따라 보호입원으로 전환하고 조사를 이어갈 전망이다.

경찰은 지난 28일 A군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노트북 등을 확보해 포렌식 후 분석도 진행 중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A군의 부모를 상대로 A군의 행적과 평소 성향 등을 조사하고 통화 내역과 CC(폐쇄회로)TV 영상, SNS 활동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는 범행 동기나 단독 범행 여부 등을 결론내리긴 이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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