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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ㆍ자원 입는 종합상사...영업이익 1조원 시대 열었다

중앙일보

입력

중개무역 밖으로 눈을 돌리던 종합상사의 변신이 본격화하고 있다. 자원 개발에 이어 최근엔 식량과 친환경 에너지, 바이오, 인공지능(AI) 등으로 투자 영역을 넓히며 사업 무대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3~4년 새 무역보다 '투자 회사'로 무게 중심을 옮긴 회사들이 성과를 내며 영업이익을 1조원 이상 올리는 회사가 2곳으로 늘었다.

2000년대 초반 앞다퉈 자원 개발에 나섰던 종합상사는 다음 먹거리로 이차전지 분야를 꼽았다. 자원 개발로 쌓은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일찌감치 사업 구조 개편에 나선 게 성공 전략으로 꼽힌다. 종합상사는 해외 광산도 적극적으로 사들이며 K-배터리 기업과 협업해 원료를 공급하면서 배터리 생태계 구축에도 일조했다. 이런 사업 전환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며 빛을 보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멕시코 소재 구동모터코어 공장을 준공해 북미 대륙 친환경차 부품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 사진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멕시코 소재 구동모터코어 공장을 준공해 북미 대륙 친환경차 부품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 사진 포스코인터내셔널

전기차에 올라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대표적이다. 전기차 모터에 투자한 이 회사는 최근 해외 공장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멕시코 코아우일라주에서 구동 모터 코어 생산 공장을 열었다. 전기차가 성장하고 있는 북미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올해도 에너지 탐사·개발 지역을 미얀마,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으로 확장하는 등 공격적으로 해외 에너지 개발 사업에 나서고 있다. 해외에서 천연가스를 직접 들여와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163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1조원 돌파는 지난해가 처음이다. 매출(33조1328억원)은 전년보다 12.8% 감소했지만 수익성이 좋아졌다. 회사 측은 “지난해 포스코에너지 합병으로 에너지 밸류 체인을 확장하면서 에너지 분야에서 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삼성은 친환경 SK는 AI 투자

한물간 기업이라 치부됐던 종합상사는 특유의 속도감으로 적응력을 높였다. 삼성물산이 대표적이다. 다른 기업들이 앞다퉈 광물 개발에 나서는 동안 삼성물산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집중했다. 2018년 미국 태양광 개발 사업에 진출한 삼성물산은 사업 영역을 태양광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넓혔다. 이를 통해 2021년 2200만 달러(294억원)에서 2022년 4800만 달러(641억원)로 수익성을 키웠다. 구체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8월 미국 일리노이주 파이에트 카운티의 150MW(메가와트) 규모 태양광 발전 단지 사업권을 미 에너지 기업에 매각했다.

글로벌 산업 전환기를 맞아 발 빠르게 신산업을 추가한 것도 종합상사의 생존 전략이다. 친환경 산업 분야에 집중하면서 수익 확대에 나선 LX인터내셔널이 그렇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4조3614억원, 4391억원을 기록한 LX인터내셔널은 올해 이차 전지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LX인터내셔널은 올해 초 1330억원을 투자해 인도네시아 AKP광산의 지분 60%를 인수하고 경영권을 확보했다. AKP광산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모로왈리 산업단지 인근에 있는 니켈 광산으로 니켈은 전기차 핵심 소재로 꼽힌다. 광산 면적은 2천ha(헥타르)로 여의도 면적(290ha)의 7배에 달한다. 매장 광물은 전기차 7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다. LX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이차 전지 광물 및 소재 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광산이나 제련소 같은 자산을 올해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조성한 태양광 발전소 전경. 삼성물산 제공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조성한 태양광 발전소 전경. 삼성물산 제공

SK네트웍스는 종합상사 사업을 정리하고 사업형 투자 회사로 변신했다. 최근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인공지능(AI)이다. 지난해 상반기 AI 기반 디바이스·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 휴메인에 2200만 달러(약 294억원), AI 스마트팜 스타트업에2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국내에서는 데이터 관리 기업 엔코아를 884억원에 인수했다. 최근 5년간 국내외 스타트업 지분에 투자한 돈만 2500억원이 넘는다.

종합상사는 해외에서도 투자처로 인기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도 지난해부터 일본 종합상사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원유와 니켈 등 다양한 자원을 취급하는 종합상사는 국제 정치 불안으로 원자재값이 요동치면 실적이 좋아진다. 여기에 더해 일본 종합상사는 최근 제약 바이오 등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하인환 KB증권 선임연구원은 "과거 종합상사의 수익 모델은 원자재 가격에 따른 변동성이 컸지만, 현재는 에너지와 친환경 사업 등 수익 다각화로 변동성에 대비하고 있다”며 “새로운 사업 모델 구축을 위한 종합상사의 변신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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