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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예고없이 찾아오는 뇌동맥류, 두통 잦다면 CT 촬영 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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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양구현 강릉아산병원 신경외과 교수

건강을 자부하던 40대 여성이 여느 때와 같이 가족들의 아침 식사를 챙겨주고 남편을 일터로, 자녀를 학교로 보낸 뒤 갑자기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을 느꼈다. 순간 위험을 감지하고 119 구급대의 도움으로 응급실에 방문했고, 검사 결과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지주막하 출혈을 진단받았다. 환자는 응급수술을 받고 다행히 좋은 결과로 퇴원했다. 새드엔딩으로 흘러갔다면 환자는 가족들의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뇌동맥류의 발생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뇌동맥의 일부분이 손상되면서 혈관이 풍선이나 꽈리처럼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많이 확인되며, 보통 40대부터 환자 수가 급증해 60대에 최고조에 달한다. 특히 뇌동맥류는 파열 전까지 두통·마비와 같은 전조 증상이 거의 없다.

뇌동맥류가 파열될 경우 머릿속에 피가 차면서 뇌의 신경 조직을 압박하는 지주막하 출혈이 일어난다. 이 경우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같은 극심한 두통과 함께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하며, 중증 장애나 사망에까지 이를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치료 후에도 재출혈이 생길 수 있고 이때 예후는 급격히 나빠진다. 회복기에 이르러서도 뇌동맥이 쪼그라드는 혈관연축, 뇌 안에 물이 고이는 수두증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질환의 예후가 나빠질 수 있다.

다행히 검사를 통해 파열 전의 뇌동맥류가 확인된다면 파열 위험이 높지 않을 경우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진행하며, 위험도가 높을 경우 뇌동맥류 결찰술이나 코일 색전술을 통해 치료한다. 뇌동맥류 결찰술은 부풀어 오른 혈관을 클립으로 묶어 혈류를 차단하는 수술이다. 머리를 여는 외과적 수술이 필요해 수술 시간과 입원 기간이 길다고 평가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술기의 발달로 수술 시간과 합병증 발생률이 현저히 낮아졌고, 나아가 수술 후 외관 복구도 많이 고려된다. 코일 색전술은 대퇴동맥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하고 부푼 혈관에 코일을 채우는 치료 방법으로, 외과적 수술보다 덜 침습적이고 수술 시간과 입원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환자의 부담이 적다고 평가된다. 머릿속의 시한폭탄인 뇌동맥류는 명확한 예방법 또한 없다. 따라서 반복적인 두통 등의 비특이 증상이 있다면 간과하지 말고 외래 진료를 받거나 건강검진 때 CT나 MR 혈관 촬영 등을 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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