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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무죄 선고, 공식 논평 안 내는 여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은 ‘세기의 재판’으로 불린 매우 정치적인 사건의 1심 결론을 내렸지만 정치권은 28일까지 조용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전부 무죄 선고에 아무런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선택적 침묵’이다.

국민의힘의 반응은 정광재 대변인이 지난 27일 질의응답에 짧게 답한 게 전부다. 정 대변인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사법부 장악에 대한 사법부의 정당한 판결이었다”고 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당시 50여 명의 검사를 투입하고 5개월간 수사를 지휘하고 담당했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이 순서”라고 말하는 데 그쳤다.

사회·정치적으로 파장이 큰 재판 결과마다 법원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거나 상호 간 비방전 소재로 삼던 양당의 행태와는 거리가 분명했다. 양당의 침묵은 “긁어 부스럼이 되는 상황을 우려한 것”(민주당 비명계 재선 의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문재인 전 대통령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라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2018년 서울중앙지검장과 3차장으로 사법농단 수사를 이끌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는 “강제징용 재판 개입과 법관 사찰, 헌법재판소 기밀 누설 등 단순 지시 보고를 넘어 직접 주도하고 행동한 것이 진술과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는 주장이 담겼다.

문 전 대통령은 사법농단 사태를 사법부 내 권력교체 동력과 명분으로 활용했다.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가 한창이던 2018년 9월, 사법부 70주년 행사에 참석해 “지난 정부 시절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며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말한 게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사법농단 피해자라고 주장하던 이탄희·이수진 등 판사는 민주당에 입당해 금배지를 달았다.

이탄희 의원은 판결 직후 “양 전 대법원장 수족들은 귀신의 지시를 받은 것인가”라고 따졌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는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언급하는 게 맞는가 싶다”며 “수사했던 사람은 한 위원장이지 당이 아니라서 연관된 게 없지 않냐”고 반응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심 판결만 보면 야당에 각을 세울 부분이 있지만 검찰 수사에 대해 비판이 제기될 수 있어 부담”이라며 “공식 논평을 낼지는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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